한 달에 한번, 학생들의 자리를 바꾼다. 자리를 바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제일 많이 하는 방법은 제비뽑기이다. 무작위로 자리의 번호를 뽑아서 앉는 방법이다. 앉고 싶지 않은 자리에 당첨되어도 아무도 원망할 수가 없다. 자신의 손을 탓할 뿐이다.
앞자리, 뒷자리를 나누어서 제비뽑기를 하기도 한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앞쪽에 앉고 싶어 하는 아이들 따로, 뒤쪽에 앉고 싶어 하는 아이들 따로 뽑기를 한다. 시력이 나쁘거나 수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앞쪽에 앉기를 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탁 제일 앞자리는 모두들 기피한다.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테니까. 뒤쪽과 뒤쪽 가장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실 뒷문을 이용해 복도로 나가는 동선도 편리하다. 사물함도 가깝다.
제비뽑기 쪽지를 만들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 있다. ‘등교해서 본인이 원하는, 앉고 싶은 곳에 앉기’
작년에 이 방법을 쓴 적이 있었다. 종례 시간에 나는, “내일 자리를 바꿀 텐데, 이번엔 등교해서 빈자리 중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하자. “라고 했고, 그다음 날 나는 아이들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평상시와 같이 출근했다. 교문 지도를 하고 계시는 선생님께서 나를 보시고는, “오늘 6반에 무슨 일 있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별일 없는데요. 왜 그러시죠?”라고 되물었다. “아니, 6반 아이들이 엄청 일찍 등교하고, 교실로 막 뛰어가던데요.”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아, 자리! “라고 생각했고 교실로 가 보았다. 좀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교실엔 학생들이 꽤 많이 와 있었다. 아이들은 피곤해 보이기도 했는데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게 되어 흐뭇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미리 약속을 하고 일찍 등교해서 친한 친구들끼리 가까이 자리를 앉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코로나 시대의 거리두기 시행으로 교실에서 짝이 없다. 늘 시험 대열로 혼자 앉기 때문에 친구들이 근처에 있으면 좋은 것 같았다.
교실을 둘러보던 내게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저기 좀 보세요. S가 왔어요. 오늘 제일 먼저 등교했어요.” 나는 정말 놀랐다. 믿기지 않았다. 정말 S였다. 늘 지각을 하고, 결석을 자주 하던 S가 그 시간에 교실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일 뒷자리를 차지하고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늦잠을 자주 자고,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집념과 센스가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날, 지각을 하면 앞자리에 앉게 될지도 모르니,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원하는 가장 뒷자리를 점거한 S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교 생활을 해 나간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S의 이른 등교 사건은 우리 반 학생들 사이에서 오래 회자되었다. 가장 늦게 등교한 E가 교탁 앞 앞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본인은 상관없다고 했다. 자리를 바꾼 그날, 우리 반엔 지각생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우리, 매일 자리 바꿀까? 오늘처럼 오는 순서대로 원하는 곳에 앉는 거 어떠니? 지각도 안 하고 참 좋네. 선생님은.”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안돼요!!”, “선생님, 너무 피곤해요!”, “일찍 못 일어나요!”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원하는 자리에서 한 달을 보냈다. 나는 그 한 달 동안, 가까이 앉아 있는, 서로 친한 아이들을 파악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바라보았다. 어디에 앉든 별 상관없어하는 아이들도 지켜보았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작은 공간을,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우리들의 시간이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