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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Jun 14. 2022

문과와 이과 사이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진로’라는 과목이 있다. 자신의 적성을 탐색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목이다. 궁극적으로 이 과목의 성취 목표는, 학생 본인에게 맞는 진로를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망한 직업과 사라지는 직업들을 조사하게 하고, 그중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진로’라는 과목을 배우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일찍 진로를 정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간호사, 유치원 교사, 디자이너, 건축가 등, 학생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직업 선 안에서 칸 채우듯 진로를 정해놓고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 성실하고 모범적이라고 생각한다. 늘 안타깝다. 이제 겨우 16살, 17살인 학생들이 어떻게 자신의 직업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지. 학교와 사회 분위기, 부모님의 조언을 들으며, 스스로 판단할 수 없어 온갖 인터넷 정보를 검색한다. 때로는 득달같이 몰아세워져 진로 희망 사항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직업 중 무난한 것을 적어내는 학생들을 본다. 처음 적어낸 진로 희망 사항을 고등학교 3년 내내 유지하기는 힘들다. ‘중간에 진로를 바꾸면 수시모집에서 불이익을 받나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실업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요?’, ‘이 학과에 진학하면 취직은 잘 되나요?’ 같은 이야기를 두려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도전과 열정만 있으면 여러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라고 말해도, 학생들은 시큰둥하다. 비싼 학비를 들여 대학교에 진학하고도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할 바에야 대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창업을 하겠다고 한다. 제과 제빵 기술, 미용 기술을 배워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겠다고 한다. 어떤 방법이건,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을 찾아 나갈 것이다. 학교에서 몰아세운 ‘진로 탐색‘이 오히려 학생들의 진로를 방해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사라진 ‘문과’와 ‘이과’는 학생들의 적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한 대표적인 진로 형태였다. 아직도 문과 이과 테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성향을 확인하고 어느 편에건 소속되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수업 시간이 끝날 무렵, 한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이 녹으면 눈물이 되겠지.” 라고 무심하게 답했다.

순간 학생들은 “우와!”, “선생님, 역시 문과 체질이시네요.”, “감성적이예요.” 라는 말들을 했다. 문과 이과 테스트라는 것을 학생이 알려주었다.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라는 질문에 문과 성향 사람들은 “봄이 와요.” 라고 말하고, 이과 성향 사람들은 “물이 되어요.” 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럼 나는 문과와 이과 사이 성향이지 않냐고 했더니,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의 답변은 시적이어서 문과 같아요.”

웃으며, 교실을 나왔다. 얘들아, 대체 왜 우린 이런 것을 구분하고 살아야하는 것이니. 문과도, 이과도, 그 사이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란다. 중요한 건 단단한 마음으로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인데, 그건 나이가 들어도 힘들 때가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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