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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Aug 26. 2022

생리 결석의 진실

 

 한 달에 한 번 여학생들은 인정 결석이 가능하다. 극심한 생리통으로 인해 등교하지 못할 경우, 결석을 하더라도 출석을 인정해 주는 ‘생리 결석’이다. 생리통이 심한 학생들은 얼굴이 노랗게 질려 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생리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기도 한다. 담임을 맡게 되면 아침에 생리 결석을 하겠다는 학생들의 연락을, 많을 때는 대여섯 건씩 받는다. 보호자의 확인 연락이 꼭 있어야 하기에, 출근길 나의 휴대폰엔 학생들과 학부모님의 문자 알림과 전화벨이 수시로 울린다.

 나도 생리를 한다. 하지만 내 학창 시절엔 ‘생리 결석’이라는 제도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극심한 생리통이 있어도 출근을 한다. 교사는 생리 결석 - 생리 병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아프면 병가를 쓰고 쉴 수 있지만, 나의 병가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선생님들의 보강 수업과 업무 부담이 죄송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한다. 아마 직장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리통이란, 많이 심해도 ‘진통제 먹고 참는 것’이라는 어떤 불문율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작가가 생리를 ‘뜨뜻한 굴을 낳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딱 알맞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런’ 기분으로 출근하며 학생들의 생리 결석 결석계를 챙기고 확인 연락을 주고받는 나의 기분은 가끔 좀 씁쓸하다. 학생들이 생리통으로 아픈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씁쓸한 데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늘 함께 몰려다니는 친한 학생들끼리 가끔, 같은 날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생리 결석을 한다. 매달 1일이 되면 어김없이 생리 결석을 해야겠다는 연락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유독 월요일과 금요일에 생리 결석이 많다. 특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난 월요일과 금요일엔 학급의 3분의 1 정도의 학생이 생리 결석을 할 때도 있다. 복도를 지나가다 학생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내일 생결 쓸래?”


 나의 학창 시절엔 생리는 왠지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생리대와 휴지를 작은 파우치에 넣어 다녔고, 화장실에 갈 때도 몰래 숨겨서 들고 갔다. 혹시 옷에 묻기라도 하면 누가 볼까 전전긍긍하며 체육복으로 갈아입거나 다른 옷을 허리에 둘러 보이지 않게 가리며 남은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옷을 세탁했다.

 요즘 학생들은 화장실에 갈 때 파우치 없이 생리대를 그대로 손에 들고 다닌다. 때로는 생리대를 팔랑팔랑 흔들며, “나 화장실 다녀올게!” 라며 큰 소리로 말하고 자신의 생리를 알린다. 그리고 옷에 묻어 찝찝해서 견딜 수 없다며 담임교사를 찾아와 조퇴를 신청하는 학생들도 많다.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생리 결석은 여학생들의 권리이다. 건강하게 공부하기 위해 휴식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교무실에서 언성이 높아진 광경이 떠오른다. 조퇴를 허락하지 않는 남자 담임 선생님께 여학생이 당당하게 말한다. “생리통이 너무 심하다니까요. 도저히 공부를 못하겠다고요.”라고 말하는 학생은 누가 봐도 ‘극심하게’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출결 규정에 있는 ‘극심한 생리통’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생리 결석의 진실은 학생 본인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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