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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May 05. 2024

인도에서 요가하기


“언니, 인도에서 뭐 하고 지내?”

“응, 오늘은 아침에 요가하고 와서 쉬고 있어.”

“으응.”

“요가하고 있는데, 원숭이들이 옆에서 막 뛰어다녔어. 하하하.”

“꺅. 언니 괜찮아?”


 인도에 요가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위험한 곳일까 걱정을 하고 있던 동생과의 전화 통화는, 같이 간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들 맞느냐, 요가에 푹 빠진 특이한 사람들 아니냐 등등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나는 태평하게 말했다.


  “멋진 분들과 함께 잘 먹고 잘 다니고 있고, 아픈데도 없어.”


  우리가 요가 수련을 하는 곳은 숙소에서 십여 분쯤 걸어가야 했다. 좁고 냄새나고 어두운, 쓰레기와 배설물이 즐비한 골목길을 요리조리 걸어가다 보면 게스트하우스가 있었고, 게스트룸의 방문들이 보이는 층층의 계단을 꼬불꼬불 올라가면 옥상이 나왔다. 탁 트인 그곳에서는 바라나시의 전경이 보였고, 핑크빛 해가 뜨는 것도 보였다. 아이유씨(Ayush) 선생님은 본인 몸의 두 배쯤 되는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오셨다. 그건 원숭이를 쫓는 용도였다. 사람들이 매트에 앉아 있고 누워 있으면 원숭이들이 와서 옆에 둔 모자나 핸드백을 집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사바아사나를 하며 원숭이가 옥상 난간 위를 저벅저벅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태양경배자세를 하며 원숭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서로 싸우는 모습, 선생님이 막대기를 휘두르시는 것도 보았다. 그저 웃음이 나고 즐거웠다.  


 예전의 나였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어렸을 적 동네 개에게 크게 놀란 적이 있는 나는, 동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동물이 옆에 오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거나 벌벌 떨고 무서워했던 내가 원숭이들이 뛰어다니는 곳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용기가 생겨 버린 걸까. 아직 동물에게 먼저 다가가진 못하지만, 조금씩 극복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인도에 다녀오면서부터는 공포증이 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얼마 전엔 반려묘가 있는 집에도 방문했는데, 고양이들이 내 주변을 오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매일 요가 수련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몸이 유연하지도 않고, 아사나가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명상을 꾸준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신념처럼 요가를 마음속에 품고 요가 언저리를 헤매고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그런데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다.


그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했던 기억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어떤 만다라도, 인센스의 향도 없는 옥상 아쉬람이었다. 먼지 뿌연 바라나시의 공기를 마스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마셨다. 선생님이 가지고 오신, 낡고 때 묻은 요가매트 위에, 골목길을 걸어오다 흙먼지가 묻은 맨발로 딛고 섰다. 어설프게 동작을 이어가는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했다. 좀 비틀거리고,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아무 상관없었다. 그게 나이니까. 누구도 탓하지 않고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다. 요가의 아사나도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겠지. 호흡도 모두 다르겠지. 주변에는 날것 그대로의 생명이 숨쉬고, 존재하고, 무한한 형태의 삶이 펼쳐져 있었다. 나도 그중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 말할 수 없는 경건함이 온몸을 감쌌다. 바라나시였고, 나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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