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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Jul 09. 2024

간절함도 멈춘 곳

바라나시에서 기차를 타고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가 있는 곳, 보드가야에 도착했다. 그곳은 유명한 사원이 하나 있는 한적한 시골이었고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인솔자가 설명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대탑이 우뚝 솟아 있는 마하보디 사원으로 가 보았다. 세계 각국에서 기도를 하러 온 사람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보였고, 특색 있는 옷을 입은 스님들도 보였다.

 마하보디 사원에서 가장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고 절을 하는 동작을 하며 거의 기어 다니는 모습으로 경내를 이동하고 있었다. 한결같이 절도 있는 모습으로, 전혀 아픈 기색도 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수행하고 있었다. 이 기도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서 하기도 하고, 오체투지를 위해 절에 상주하면서 몇 달씩 지내는 수행자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묵은 숙소에는 스위스에서 오신 한국분이 계셨는데 마하보디 사원에서 수행을 하기 위해 몇 개월동안 이곳에서 지낸다고 하셨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무엇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일까. 어떤 간절함이 있기에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하며 견뎌내는 것일까. 나는 그 간절함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들을 본 순간 몸속 어딘가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가 다 까지고 흙바닥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마음을 감히 헤아리는 것조차 두려웠다. 어떤 마음을 잊고자 어떤 힘을 얻고자 이렇게 기도하는 걸까. 스스로 어떤 마음이 일어나면 이렇게도 살 수 있는 것일까. 고통을 견디면서 이겨낼 수밖에 없는 고통이란 무엇일까. 그 절절한 사연은 절대 알 수 없겠지만,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오직 내 몸의 감각과 내 몸의 움직임으로 마음을 닦고 비워내고자 인도의 깊숙한 시골까지 홀로 와서 수행을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누구보다 강해 보이지만 한때는 두 발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약했을 것이다. 지나치게 아픈 일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살아내고자 했던 마음이 더 컸기에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닐까.

  삶을 견디는 것,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마하보디 사원에서는 어떤 원망도 미움도, 미안함도 그리움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이곳에 올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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