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요가 여행이었고, 모르는 사람들 7명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우리는 인도로 출발하는 날, 인천 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미리 1인실을 쓰겠노라고 인솔자에게 말했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 내내 혼자 방을 썼다. 바라나시에서 4일 머물었던 숙소가 가장 마음에 들고, 다시 바라나시에 간다면 그곳에 또 가고 싶다. 갠지스강가의 가트가 있는 곳에 있었던 숙소는 바라나시 최대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오히려 골목길을 걷기 좋았다. 무엇보다 내 방에 있는 작은 창으로 바로 갠지스강이 보였다. 처음 방에 들어서서 그 풍경을 보고 반해버렸다. 내가 그리던 인도의 소탈한 모습이 그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그 숙소는 강이 보이는 방과 보이지 않는 방의 가격이 많이 차이 난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는 1인실의 작은 방이었기에 강이 보이는 방인데도 비교적 저렴하게 지불하고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일본이나 유럽의 깔끔한 호텔을 상상해서는 안되지만 작은 화장실은 깨끗했고, 침대와 침구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내 방은 특이하게 1층에서 계단을 몇 개 내려간 곳에 있었는데, 바라나시 강가에서 한참 계단을 올라온 곳이 숙소였기에 지하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3층 건물의 숙소는 중간에 중정이 있는 ‘ㅁ’ 모양이었고, 3층은 옥상 레스토랑이었다. 여기서 직원들이 차려주는 아침 식사는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다. 우리는 다른 식당에 가지 않고 저녁에도 이곳에서 주로 식사를 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맞은편 창에서 갠지스강이 넘실거렸다. 가끔 기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음악 소리, 거리의 소리가 들려왔다. 강의 습기도 전해왔다. 한나절은 외출하지 않고 내 작은 방에서 누워 지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3층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탁 트인 풍경 가운데에 앉아 쉬었다. 갠지스강을 눈에 담고, 이웃집 빨랫줄을 바라보고, 다시 인도 음식을 한입 먹으며 오후를 보냈다.
바다 같은 강이었다. 강이라고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바다라고 믿어 버렸을 것이다. 희로애락이 담긴 바다 같은 강을 그저 하염없이 보고만 있어도 괜찮았다.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노트에 적어보며 하루를 보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약간 한기가 느껴지는 아침엔,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커피를 방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설탕을 빼달라고 부탁한 커피는, 진한 인스턴트커피를 뜨거운 물에 탄 것일 뿐이었지만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그리고 그때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절에 가서 기도를 하곤 했지만, 종교에서 강조하는, 매사에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싫었다.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금의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늘 감사하는 마음이란, 얼마나 더 마음을 내려놓고 나서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젠가 내게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순간순간 아주 짧게나마 감사하다는 생각이 일어나는 정도로 만족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오늘도 이렇게 숨 쉬고 있음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갠지스강이 보이는 인도의 작은 방에서, 나는 아주 잠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