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초 칩과 종이 박스 사이의 위태로운 식사
J를 처음 담당했을 때, 아이는 극심한 음식 거부를 겪고 있었다. J가 허락한 유일한 음식은 두 손으로 오독오독 씹어 먹는 나초 칩뿐. 하지만 아이의 허기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배가 고프면 눈앞에 보이는 종이 박스나 화장지를 마치 소갈비를 뜯듯 입에 넣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시선은 1초도 J를 떠날 수 없었다. 아이가 입안에 종이를 구겨 넣는 찰나, 나는 재빨리 달려가 아이의 코를 잡고 머리를 뒤로 젖힌다. 내 검지 손가락은 숙련된 갈고리가 되어 아이의 입안을 훑어낸다.
"Yucky, yucky! 지지야, J!"
아이와 나 사이의 숨 막히는 '입속 숨바꼭질'은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Miss Lara, J ate sand!"
교실 밖이라고 안전할 리 없다. 야외 수업 시간, J에게 세상은 거대한 뷔페식당과 같았다. 나뭇잎, 나뭇가지, 심지어 흙까지 마구 주워 먹는 아이 덕분에 내 주의력은 늘 비상상태 모드다.
"Miss Lara, J ate sand!"
옆에서 놀던 킨더반 친구들이 다급하게 외치면, 나는 다시 J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가 입을 헹구고 물을 먹인다. 아이들의 놀잇감인 분필(Chalk) 역시 J가 가장 탐내는 별미 중 하나였다. 아이들이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사이, J는 전력 질주로 달려가 분필을 낚아채 오도독오도독 씹어 삼켰다. 그러고는 보란 듯이 입을 크게 벌려 다 먹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J를 보면,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파트너의 심각한 제안, "바닥에 시금치샐러드를 두면 먹을까?"
우리 학교는 오전과 오후 두 블록씩 담당 EA가 바뀐다. 오후 반 파트너와 인수인계를 할 때면 우리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색 미팅'이 된다. 어느 날, 내 파트너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라라, 야외 활동 시간에 시금치 샐러드를 바닥에 뿌려두면 J가 좀 먹을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엄마가 정성껏 싸 주신 스낵은 입도 안 대면서, 가든에 있는 꽃나무 잎사귀는 왜 저렇게 맛있게 따 먹는 거지? 바닥에 있으면 머든 잘 먹으니깐 차라리 시금치 샐러드를 바닥에 둬 볼까 해서."
그 엉뚱하고도 간절한 제안에 우리는 한참을 허탈하게 웃었다. 나무 잎사귀는 되는데 왜 엄마의 스낵은 안 되는 걸까. J만의 기묘한 식사 기준을 이해해 보려 애쓰는 동료의 모습에서 아이를 향한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알림장에 남기는 특별한 예보
결국 나는 다시 펜을 들어 아이의 알림장(Agenda)에 '오늘의 예보'를 적는다.
「오늘 J의 대변이 분홍색이면 분필을 먹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늘 나초 칩만 먹기에 J의 대변은 보통 노란색이다. 아이의 대변 색깔만 보고도 오늘 아이가 무엇을 몰래 삼켰는지 가늠하는 이 일상이 누군가에겐 생경하겠지만, 우리에겐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정직한 지표다.
입안에 걸린 흙을 털어내고 분필 가루를 닦아주며 우리는 아이의 하루를 지켜낸다.
비록 종이와 분필로 배를 채우려 할지라도, J가 아프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넘겼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
이 기묘하고도 뜨거운 미팅이야말로 현장에서만 피어나는 가장 치열한 사랑의 형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