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차갑지만 상쾌한 아침

by Ms Lara

내 방 화장실에는 나만을 위한 소중한 비데가 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나 볼 법한 따뜻한 시트, 부드러운 물살, 자동 건조까지...

모든 걸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는 그런 고급 모델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말 그대로 ‘다운그레이드된 베이직 모델’이다.


버튼을 누르는 스마트한 방식도 아니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롤러를 앞뒤로 돌리며 물 세기를 조절해야 하는 아날로그 감성.

게다가 물은… 언제나 차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내 소중한 엉덩이를 돌봐 주는 든든한 도우미다.




굿모닝!


아직 덜 깬 상태로 비틀비틀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잠에서 완전히 깨고 싶지 않은 이 몽롱한 순간

비데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 한 줄기.


그 순간, 모든 게 끝난다.


잠이고 뭐고

정신이 번쩍 든다.


학창시절,

엄마는 우리 육남매를 억지로 깨우지 않으셨다.


그저 “일어나!” 한마디 하고는

창문을 활짝 열어 버리고 나가셨다.


그러면 우리는

“엄마! 아…” 하며 꾸물꾸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이 비데도 딱 그렇다.

상냥하진 않지만 가차 없어 나를 깨워준다.





내 사랑 비데.

너 없이는 못 산다.


1층에서 TV를 보다가도

지하실에서 빨래를 챙기다가도

신호가 오면 상황은 급해진다.


나는 허겁지겁 2층 내 화장실로 달려간다.

마치 비밀 아지트처럼 느껴지는 그 공간으로.


오늘따라 계단은 왜 이렇게 많은지.


빙글빙글 회오리 계단을 오르며

뒤뚱뒤뚱 오리걸음으로 한 칸씩 올라간다.


급한 마음에 올라가면서 바지 단추를 풀고 있는 나.


어머, 야…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어릴 때 상상했던 중년의 나는

우아하고 정갈한 모습이었는데


현실은 계단에서 바지를 풀며 뛰고 있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급한데.


갈빗집에서 고기도 나오기 전에

냉수건부터 목에 두르고 “크으—” 하던 그 아저씨들


예전엔 왜 저러나 싶었는데…


지금은 충분히 이해된다. 아~ 주!


오늘 아침도 나를 상쾌하게 깨우는 건

스마트폰 알람이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언제나 차가운 비데 물줄기 한 방이다.


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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