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 있던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입장권

Waka Waka

by Ms Lara

어느 날부터인가 J가 나를 뻔히 바라보며 "와카와카"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의미 없는 옹알이나 혼잣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J는 분명히 내 눈을 맞추며 반복해서 속삭였다.


"Waka Waka"


그게 뭐냐고 물으면 J는 대답 대신 노래를 부르듯 흥얼흥얼 허밍을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며칠이 흘러갔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내가 수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묵직하게 남았다.


사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노래를 멀리하게 됐다. 사람 목소리가 섞인 음악은 어느새 즐거움이 아닌 '소음'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TV 앞에 붙어 앉아 <가요 톱텐>에 열광하던 나는, 이제야 그때의 엄마를 이해한다.


“어휴, 시끄러워. 소리 좀 줄여라.”


그 말이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 생활 소음 속에 살다 보면 고요함만이 유일한 휴식이 된다. 그래서 아침의 정적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나의 명상이 되었고, 소리가 그리울 때도 빗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 같은 백색 소음만을 찾았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꽤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뜻밖의 곳에서 단서가 찾아왔다. 퇴근 후 찾은 헬스클럽 스텝 클래스 스피커에서 익숙한 리듬이 흘러나왔다.


"와카와카! 에에에!"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J의 허밍과 이 강렬한 리듬이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겹쳐졌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강사에게 달려가 물었다.

샤키라(Shakira)의 'Waka Waka'. 2010년 월드컵 공식 주제가였다는 사실을, 아마 세상에서 나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J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J의 얼굴에 번지던 그 희열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이 드디어 내 말을 알아들었어!' 하는 안도감이 아이의 눈동자에 가득 찼다.

겉돌기만 하던 우리 사이의 대화가 비로소 앞뒤가 맞물린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와카와카'는 우리 둘만의 특별한 타이머가 되었다. 레인보우 룸에서 휴식 시간을 가질 때 이 노래를 두 번 반복해 듣고 나면, J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잔소리같은 리마인더는 필요 없다. 음악이 끝나면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나란히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한다.


가끔 쇼핑몰이나 운동 중에 우연히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종소리에 반응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멜로디만 들려도 반사적으로 J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소통은 대단한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아이가 내뱉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아이의 방식에 기꺼이 응답해 주는 것뿐이다. '와카와카'라는 네 글자는 이제 내게 단순한 노래 제목이 아니다.


닫혀 있던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유쾌한 입장권이자, 우리가 서로를 믿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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