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똑같지만

그래도 새해니까 해피 뉴 이얼.

by 곁가지

새해를 맞아서 늘 어떠한 다짐을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임에도 새해에 다시 다짐을 함으로써 시작을 알리고 싶은 것 같다. 그렇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냥 늘 해오던 운동을 올해는 더 열심히 운동을 할거야 하면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작년 이맘때처럼 똑같은 목표를 세운다. 책 100권 읽기, 글 쓰기, 그림 많이 그리기. 그런데 12월 31일에 한 해를 되돌아보면 작년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1월 내내 목표만 세우다가 1월 31일이 되면 '어 뭐야 벌써 한달이 갔네.' 라며 2월부터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목표가 되어 버린다.

새해가 바뀌면서 이제 나이가 한 살 먹었다고 하는 문화도 사라졌다. 예전처럼 떡국을 한 그릇 먹어서 이제 한 살 더 먹는거야 라는 옛 농담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 떡국 두 그릇 먹으면 두살 많아지는거야?' 라는 귀여운 목소리도 듣기 어려워지겠다. 더 이상 떡국 10그릇 먹어서 10살이 더 많아지지도 못하지만 이제는 새해가 되어서 먹은 떡국 한 그릇조차 내 나이를 먹게 할 수 없다. 그럼 생일에 미역국을 먹어야지 한 살 먹을 수 있게 되는 건가. 이렇게 세상이 바뀌고 역사가 바뀌고 문화가 바뀔 수는 있지만 새해가 되었다고 180도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은 어떻게 나이가 드는걸 아는지 30대가 딱 되면서 빈혈이 생기고 햇볕 알러지가 생기는지 참 아이러니 하다. '새해야 내 몸아 너 나이 들었어. 30대라고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하지 않겠니?' 라고 말은 하지만 한 살이 더 먹었다고 자연스럽게 변하는 몸은 어떻게 설명을 할까.

요즘은 70세도 40세처럼 보이는 동안이 유행처럼 번지고 저속노화라는 말과 방법이 또 그 뒤를 이어간다. 새해가 지나도 12월 31일의 나와 1월 1일의 나는 어느 것 하나 변한 것 같지 않지만 또 이 해의 12월 31일이 되면 나는 작년 12월 31일보다 어딘가 바뀌어 있을 것이다.

똑같은 시간을 지난 것 같지만 또 하나의 실패를 해보고 그 실패로 어딘가 조금 자라나 있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면서 뇌 한 구석에 지식이라는 녀석이 숨어있고, 몰랐던 사람들과 처음보는 장소에 가봄으로써 나를 갱신시킨다. 인상을 한 번 쓴 것으로 미간의 주름이 작년보다 깊어지고, 한 번 웃음으로 눈가의 주름이 작년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복근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작년에 있던 뱃살이 올해 12월 31일에는 쏙 들어가고, 매일 그린 그림과 매일 쓴 글이 올 해 12월 31일에는 책으로 여러권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작년과 비슷한 삶을 산 것 같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70세에도 40세처럼 보였으면 좋겠지만 그 때의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어가겠지. 그러니 새해가 되었다고 어제랑 똑같은 하루니까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올해도 또 다짐해본다.

더 재미있고, 더 활기차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노트에 가득 적어보고, 버킷리스트들과 읽고 싶었던 책 목록들을 다시 한번 들춰보고, 하고 싶은 것 해야하는 것들도 다시 올해는 더 많이 도전하고 노력해보자고 나에게 이야기 해준다. 작년과 같은 나이의 나지만 그래도 새해니까. 1월 내내 나는 올 해가 새해라는 걸 나에게 알려주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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