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정말 포기해도 괜찮을까.
나는 도망치고 있다.
도망치고 있는 게 뭔지 답을 찾으려 애쓰면서.
갈수록 꿈이 없음에 당황스럽다.
어떤 수를 써야 할지 모르겠는 수가
최악의 수라고 했는데,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듯 말 듯 뜬 구름을 잡으려고 쫓아다니는 느낌이다.
내가 여태껏 알고 있던 나는 허상이었나.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나' 사이에서 경계 짓지 못하고, 멋대로 판단해 온 것인가.
무엇하나 제대로 된 기준점이 없음에 절망스럽다.
세상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나는 세상 가벼움에 수치를 느낀다.
그동안 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것일까.
해서 좋을 것 없는 자책도 해본다.
나는 나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모든 게 흐릿한 지금, 무엇을 뚜렷하게 만들어야 할까.
순수하게 내가 욕망하는 게 뭔지 건져 올리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나는 두렵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서 두려운 걸 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완전히 반해 버렸다.
음악에 대한
솔직하고 순수한 열정, 열망, 애정, 몰두하는 태도를 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끓어올랐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게 뭐더라,
나는 뭘로 저렇게 연주할 수 있을까.
내 삶에서 직면하고 한계를 넘어야 하는 게 뭘까 생각해 봤다.
글.
그중에서도 역시 세계를 만들어 내는 문학을 하고 싶다.
소설을 쓰고 싶은지,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지,
뭘 더 잘 쓸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글쓰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글을 쓰지도, 글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이리저리 도망치며 내가 더 잘하는 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건 따로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 이야기를 보거나,
이렇게 누군가가 순수하고 열렬하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야기를 보면,
강렬하게 열망한다.
지휘자가 지휘하듯, 연주자가 연주하듯,
그렇게 음악이란 세계를 진지하게 직면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듯이,
나도 쓰고 싶다.
지휘와 연주를 글로 하고 싶다.
요즘 글이 어렵다.
그만큼 글에 대한 마음이 무거워졌다.
단지 좋아하기만 하는 마음에서,
좋아하길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가,
좋아하는 만큼 잘 쓰고 싶어졌다.
어딘지 모를 위로 올라가고 싶다.
지금과 다른 글을 쓰고 싶다.
지금보다 더 나은 글을 쓰게 되면 글을 쓰는 즐거움이 더 늘 것 같아서.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대한 적이 없다는 게 후회가 되기도 하고,
경악하게 되기도 한다.
그만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제대로 직면할수록 깨닫는다.
도망쳐선 안된다.
하나도 괜찮지 않다.
경계를 오가며 줄타기를 해왔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할 때가 되었다.
쓰고 싶은 마음을 받아들이고.
영영 도망치면서 살 수 없으니까
꿈을 마주 보며 살기로 한다.
당신은 요즘 꿈과 어떤 사이로 지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