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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Aug 24. 2023

반에 같은 이름 있을 때 한 번쯤 느꼈을 공감 포인트

같은 반에 같은 이름 4명이면 벌어지는 일

BGM : 난 내가 여전히... I Still.. - Various atists




나는 너무 흔하고 많았다. 정확히는 내 이름이.


날 부른 게 아닌 걸 알면서도, 무의식 중에 돌아보면, 역시나 항상 내가 아니었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한 번은 같은 반에 나와 같은 이름이 나까지 4명이 있었던 적도 있다.


나랑 이름도, 나이도 똑같았던 아이들은 평범한 얼굴과 다소 통통한 체형, 평균을 웃도는 성적, 그렇다고 특출 난 재능이 있지도 않고, 낯가림이 심한 성격을 가진 나와는 정 반대의 성격과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우리를 비교할 때면, 나는 늘 쪼그라들었다.




내가 나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세간의 평가는 날카롭고 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척, 괜찮은 척하는 날이 겹겹이 쌓였었다.




그 자리에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 자격지심도 차곡차곡 쌓였다.


반이 바뀔 때마다 나랑 이름이 같은 애가 없게 해달라고 빌 정도로 비교당하는 게 싫었다. 은근히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한테 제발 개명해 달라고 여러 번 부탁도 했었지만, 결국 지금까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때의 나는 왜 자신이 없고 위축되어 있었을까.


왜 먼저 내미는 손을 잡는 것도 그렇게 무서웠을까.


같이 놀자고 한마디만 건네면 바뀔 수도 있는 세상을 왜 벽을 두려고 했을까.




여전히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하지만 오해영처럼 나는 여전히 나를 애틋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와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매일 가늠하며 알아가고 있다.


손 내미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나를 위로 끌어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사촌 오빠가 결혼하면서, 나와 같은 이름의 시언니가 생겼다.


또다시 같은 상황과 마주치게 됐다.


'큰 00', '작은 00'으로 부른다고 해서 또 불쾌한 감정과 조우했다.




이 감정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시 직면하게 된 같은 이름의 상황에서 나는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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