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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Aug 24. 2023

빈말과 진심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 특징

마음에 없는 빈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

BGM : 그러게 왜 그랬어? - 장기하와 얼굴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입력값과 출력값이 같은 사람과 입력값과 출력값이 다른 사람.

마음에 없는 빈말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마음에 없는 빈말은 할 줄 모르는 사람.

누군가 사회생활을 위해 빈말을 하는 중인지 아닌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정해진 답을 말해주길 바라는 걸 알면 말해주는 사람과 아닌 사람.




다른 사회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일상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겪는 것 같다.


"밥 한번 같이 먹자"던가,

"나중에 커피 한잔 하자"던가,

"연락할게"라던가,

"나중에 같이 한번 어디서 봐요"


따위의 말들을 건네는 경우.




진심과 아닌 것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받아들였다.


나중에 그게 진심이 아니란 걸 깨닫곤, 시간 아깝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왜 건네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그와는 번호도 주고받고 연락을 하면서 친해졌다. 나중에 밥 한 번 먹자고, 같이 놀자고 했지만,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많은 경우에, 빈말로 던진 말인지 모르고, 먼저 만나자고 연락했다.


그렇게 해서 가까워진 사람도 있고, 흐지부지되면서 말없이 거절당한 경우도 있다.


그는 후자였다. 대개는 후자인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왜 누군가에게 자꾸 먼저 가려는 걸까.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하려는 걸까. 뭘 자꾸 줘야 편한 걸까. 인생을 왜 자꾸 드라마로 보는 걸까. 드라마는 인생이랑 같을 수는 없는 건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나는 다 받아먹으며, 맨날 똑같은 자리에서 머리 싸매고 고민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앞에선 투명해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말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가늠해 보곤 했다.


거짓말이 들린다면 어떨까.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에 나오는 주인공 목솔희처럼 피곤한 일이 많이 생기겠지.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은 꽤 오랜 시간과 마음을 들여야 하는 일인데,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야단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항상 반 페이스 정도는 더 빨랐던 것 같다. 그래서 부담을 주었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한다.




또 누군가가 ‘답장너’를 시전하며, 무언가를 자랑할 때, 축하해 주고 관심을 끄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내가 머리를 짧게 잘랐을 때, 얼마 뒤, 그도 똑같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친구들이 아이돌 그룹 멤버를 닮았다고 했다면서 나한테 자랑했다.


그 아이돌은 독보적인 외모로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멤버였다.




빈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짧은 머리도 잘 어울려."라고 말했다.


계속 "애들이 닮았다고 했어."라며, 나도 그 아이돌과 닮았다고 말해달라는 눈치를 줬다.


결국 "잘 어울리지만, 닮진 않았어... 이미지도 다르고."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기분이 상해서 쏘아붙이곤 가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는 나를 꽤 견제했던 거 같다. 자격지심도 컸던 것 같고.


나도 그랬다. 내게 없는 걸 그가 가지고 있었고, 그에게 없는 건 내가 가지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어떤 순간마다 그 지점이 따끔거렸다.




우리는 서로 자기가 가진 것과 상대가 가진 것을 자꾸 비교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과 우월감 속에서,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내가 쟤보다는 낫지'라는 알량한 자존심, 내지는 자만심을 채우기 위해서 자랑을 많이 했던 것이다.


부러운 마음을 견디지 못해서 서로를 못살게 굴고, 스스로도 괴롭혔다. 




이젠 마음의 없는 말을 건네는 것 또한 나름의 배려라는 걸 배운다.


가식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맞춰 주는 사람 간의 배려라고.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고, 묻는 것도 방법이다.


그거 진심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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