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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Aug 24. 2023

담배 냄새를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의 특징

담배 피우는 사람이 왜 싫냐고 물으신다면,

BGM : 담배 피우지 마 - 한솔




여러 이유가 있다.


담배가 싫은 것도,
담배 피우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싫은 것도,
담배 피우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도.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면서 적당히 순종적으로 자라 왔기 때문에, 담배 피우는 친구가 주변에 없었다.


여중여고를 나와서 비교적 담배 피우는 아이들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




성격이 좋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그가 길을 가다 말고 나를 마주 보며 담배를 폈던 때가 생각난다.


이런 일이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벌어진다면 난 과연 괜찮을까 생각해 봤다.




괜찮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내 몸에 담배 냄새가 배어서 나도 담배 피우는 사람으로 오해 살까 봐 걱정됐다.

혹시나 담배에 대한 유혹을 받기도 싫었다. 애초에 차단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서 흡연이 내가 참을 수 없는 조건에 해당한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 담배에 대한 인식이 생긴 건, 아빠 때문이다.


아빠는 내 인생에서 만난 첫 번째 흡연자다.




아빠의 담배 냄새가 끔찍하게 싫었다.


버럭 화를 내고선, 문제는 우리에게 던져 놓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버리는 것도 싫었다.

이따금 화장실에서 나는 담배 찌든 내도 싫었다.

담배를 피우고 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대하는 태도도 싫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말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싫었다.

어디에 가면 담배 필 곳을 찾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싫었다.

초라하고 처연해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게 싫었다. 간접흡연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상황이 싫었다.

가족들이 싫어하고, 가족들한테 피해를 주면서도 혼자 기호를 즐기려고 하는 게 싫었다.




내가 유난스럽게 담배를 싫어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으려 하는 건, 아빠의 영향이 크다.


담배 피우는 아빠와 관련된 유년시절의 불쾌한 감정이 강렬하게 남아서 반사신경이 재빠르게 불호를 외치고 있었다.




정확히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담배 냄새와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 싫었다.


그 사람이 안 좋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극도로 싫어하는 향이 담배 냄새라서
가까이 가기 싫은 게 가장 크다.


담배 피우는 게 자유인 것처럼, 담배를 싫어하는 것도 내 자유.


담배가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만큼, 내 기호도 선명하다.




내 앞에서나, 나랑 같이 있을 때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겪어보면 또 생각이 바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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