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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Oct 06. 2023

상대를 거절하면 버림받을 것이란 환상

거절과 사랑은 양립된 게 아니에요.

BGM : 구원자 - 이하이




구원환상이 있었다.


누군가 나를 구해주길 바랐고, 내가 누군가를 구원하길 바랐다.


늘 내 옆에서 나를 채워줄 완벽한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기대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도 싶었다.


하지만 찾았다 싶으면 늘 아니었고, 내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돌아보면 부모님과 일부 비슷한 면이 있는 사람을 친근하게 느끼고 끌렸던 것 같다.


비슷하지만 부모님과는 다르게 나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태도를 보이면 그 사람이야말로 나를 구원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상화시키고 단점이 있을 리가 없다고 믿고, 있어도 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해서 또 나를 희생시키는 형태의 관계를 맺었다.




내가 구원받고, 내가 구원하는 관계일 때 만족감을 얻었다.


그래서 나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서도 때로는 숨이 막히게 만들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상태로는 타인과 깊은 소통이 어렵고 타인에게 편안함을 주기도 어렵다.


늘 교감신경이 무척 활성화된 상태로 관계를 이어나갔다.




불안은 매번 더 커졌다.


불안감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상대방으로부터 안정감을 찾았다.


그래서 불안할수록 상대방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고, 그는 그걸 상당히 불편하게 여겼다.




상대방의 단점과 장점을 합치기가 힘들었다.


단점이 보이면 그 마저도 내가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맞춰주려고 하거나, 극단적으로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




거절과 사랑이 공존하지 못하는 세계에 살았다.


거절한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닌데, 거절하면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낄까 절절맸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완전한 사랑, 완벽한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계속 의심하면서, 불안에 떨었다.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느슨한 관계는 끊어냈다.




그래서 나는 일생 동안 내 감정이 거절당할까 봐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고 싶어지고 불안에 시달렸다.




거절은 ‘널 사랑하지 않아’가 아니다. ‘널 사랑하지만 이건 들어주기가 어려워.’ 일 확률이 더 높다.


완벽한 사람이 나를 다 끌어안아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은 결핍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를 완전하게 채워줄 수 있는 때가 있는 것이다.




사랑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한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을 거다.


부족한 내가 부족한 나를 꽉 끌어안을 수 있단 걸 이젠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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