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유정 Oct 04. 2023

방어기제를 다듬어야 하는 이유

나의 방어기제는 어떤 모양일까?

BGM : 너의 답장을 기다리다가 기분이 안 좋아졌어 - 미노이


                    



방어기제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불안감을 처리하고 심리 내부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아의 무의식 영역에서 일어나는 심리기제를 뜻한다.




방어기제는 내가 불안하거나,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즉 갈등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발휘된다.




갈등을 대처하는 방식은 성숙도에 따라서 제각기 달라지는데, 나는 미성숙한 방어 기제를 가지고 있었다.




내 감정과 욕구를 억압, 억제하려고 했고, 그를 너무 의지하고 압박했다.


나를 떠날까 봐 불안해서 하는 행동인데, 그런 행동을 하면서 오히려 더 불안함이 증폭됐고, 그와의 거리도 멀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투사해서 보면서, 이전의 경험에서 들었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치하기도 했다.


내 행동을 합리화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바로 행동화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을 너무 피하거나 밀어내거나, 사람에게 너무 다가가려 하는 태도를 보였다.




나를 완전히 드러내기가 두려웠다.


‘네가 나한테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드러내는 게 너무너무 어렵고 수치스러웠다.


그런 마음을 가진 나를 반가워하지 않고 귀찮게 여길까 봐 겁이 났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였을 때,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어린 시절에 관련된 경험으로 인해서 슬프고, 속상했던 감정과 비슷한 상황을 자꾸 끌어당겨서 그걸 아주 농도 짙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끌어당기고 싶은 현실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의 존재가 있어야 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관계에 지나치게 의미 부여하고 몰두했다.


그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나한테 돌아올 거란 믿음이 없어서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에게서 반응이 되돌아오지 않으면, 그와 단절되는 느낌을 받았다.




넌 나고, 난 넌데 왜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떼를 썼다.


자연히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자주 받았다.




돌아보면, 내가 사랑을 받는 방식에도 기복이 있었다.




오빠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내 요구가 뒤로 밀린 적도 많았고, 아빠의 기분에 따라 들어주기로 했던 약속이 취소되기도 했다.


나는 대체적으로 참고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사람 마음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믿음으로 살아다.




아기는 엄마가 있으면 행복한 감정과 감각을 느끼고, 엄마가 없으면 고통스럽고 두려운 감각을 느낀다.


영유아기에 충분히 보살핌을 받은 아이는 이 두 가지 감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덕분에 자기를 볼 때와 타인을 볼 때 장점과 단점을 모두 다 가진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엄마아빠는 이렇게 내 감정에 공감해 주기보다는 어떻게든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사랑이 오락가락하는 게 익숙했기 때문에, 언제 사랑이 돌아올지 모르니, 올 때 붙잡아 두거나 많이 받으려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지만, 이제는 다르게 살고 싶다.


나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를 개조하기보다는, 내가 나를 바꿔서 더 풍요로운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이전 07화 상대를 거절하면 버림받을 것이란 환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