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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건반검은건반 Dec 28. 2021

코로나 19 이후의 교실

2021년을 돌아보며

2020년 코로나의 확산을 마주했을 때 잠시 일 줄 알았다.


2021년에는 좋아지겠지. 

아이들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겠지. 

아이들의 오동통한 볼 사이에 스며 나오는 미소를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 기분이 엄청 좋아질 텐데. 

다시 아이들과 리코더를 신나게 불어보고 싶다. 


2021년에도 같은 상황이 지속되었다.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에 한숨을 쉬고 늘 조정되는 거리두기 상황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다.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졸업식을 간소화해야 했던 2020년에 1학년이 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생활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2020년에는 1/3 등교, 1/2 등교로 수시로 변하는 등교 일정에 맞추어 학교에 왔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임에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각종 학교 행사는 취소되었고 아이들은 서로 몸을 맞대거나 얼굴을 가까이할 수 없었다.

떠들면 선생님이 바로 제지하였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불편해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마스크를 쓴 생활에 익숙해졌다.


2021년 2학년이 된 아이들은 1-2학년 전면 등교 방침에 매일 등교하게 되었다. 3월 2일, 마스크를 쓰고 모인 아이들은 처음 학교에 온 신입생처럼 설레어하고 계속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인 것이 얼마만인가. 

마스크를 썼다는 것 말고는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야외에서 마술공연도 보고, 잔디밭에서 놀기도 했다. 이렇게 방역을 잘 지키면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작년에 제대로 만나지 못한 교생 선생님들도 교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교내 확진자가 발생되어 어려운 상황도 겪었다. 아이들은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고, 우리 반 학생들 24명 중 18명이 자가격리가 되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집에서만 지낸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은 정말 의젓하게도 잘 이겨 내었다.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도 없었다.

"꼭 전 세계가 고생하고 있으니 우리도 참아야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 번씩 "힘들어요~ 선생님"하면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왜냐면 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우울을 함께 가져왔다.

일상으로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못하게 되고, 여행을 다니고 함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던 사람들은 대체제를 찾지 못했다. 아이들은 맘껏 뛰놀지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숨을 헐떡여야 했다.

자가 격리자가 되면 집 밖에도 나갈 수 없이 14일을 참아야 했다.

이러한 우울 상황을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라고 칭했다. 


아이들은 밝은 분위기에서 성장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좋다.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재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많이 해야 되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잔소리가 늘어났다.

"마스크 올려라.", "친구와 몸이 너무 붙으면 안 돼", "손 씻고 와", "가까이에서 말하면 안 돼" 

아이들은 얼마나 숨이 막힐까, 싶어 한 번씩 모르는 척하기도 했지만 잔소리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본인의 에너지를 분출해야 할지 몰랐다. 괜히 심술이 난 친구들도 있었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공부를 가르치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비접촉 게임을 많이 했다.

집에서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이들은 노는 법을 잃어갔다.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면 눈이 반짝였는데 열심히 공부하면 그 보상으로 놀이를 해주었다.

특히 '가라사대', '눈치게임', '마피아 게임' 등이 인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순간에는 마스크 안 속의 미소가 밖으로 비쳐 나오는 것처럼 환했다.


아이들의 웃음은 얼마나 싱그러운가.

그것을 마음껏 보이지 못하니 세상이 블루가 된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순간을 잘 참아내 온 아이들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날 것이다.

인내하는 것을 생활에서 익히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대처하고 인내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이전이 교실이 그립다.

아이들과 더 많은 놀이를 하고 싶다. 노래도 신나게 부르고 함께 손잡고 길을 걷고 싶다.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을 담고 그 순간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열심히 폰 버튼을 눌러대고, 재미난 장면은 함께 보며 웃고 싶다. 

함께 과자 파티도 하고 김밥 싸기 같은 간단한 요리도 해보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기획해서 다양한 재미있는 영상도 많이 찍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음이 보고 싶다.

눈이 너무 이쁘지만, 코도 입도, 통통한 볼도 보고 싶다.

나는 그래도 2021년이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여서 정말 좋았다.

우리 반 아이들도 자라서 코로나19로 힘들었던 2021년에 그래도 선생님과 함께여서 좋았다고 말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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