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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건반검은건반 Dec 17. 2021

교생 선생님을 지도한다는 건

부설초등학교를 마무리하며

교생 선생님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고도 행복한 일이었다. 부설초에 오고 나서 가장 좋았던 기대되었던 일은 교생지도였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충분히 '가르치는 즐거움'을 느껴오고 있었다. 이에 부설초에 들어오며 미래의 예비교사까지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더해졌다. 이것은 내가 겪었던 교사로서의 과정들을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과 가치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열정이 더해져 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것을 느꼈다.


분명 처음에는 설렘만 가득했는데, 정말 교생 선생님 지도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있는데 좀 더 큰 아이들이 함께 교실에 있어 동시에 지도해야 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우리 반 아이들은 교생 선생님이 교실에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평소에 하지 않던 과잉 행동들을 했고, 나는 들떠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안전사고가 날 것 같아 조마조마해하며 아이들을 평소보다 엄하게 대해야 했다. 교생 선생님은 따뜻하게 친절하게 말해주시니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않아 또 바르게 앉으라며 앞에서 눈치를 계속 줘야만 했다.  


우리 2학년 3반 친구들은 작년에 코로나19로 교생 선생님들을 가까이에서 만나지 못해서 올해가 가까이에서 교생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의 교생 선생님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교생 선생님들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연예인'이었다. 맨날 잔소리하는 담임 선생님보다 훨씬 따뜻하시고 친절하시니까 말이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교생 선생님 지도가 시작된다. 

 

이 시간쯤 되면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눈을 반짝이시는 교생 선생님들을 보면 다시 힘이 생긴다. 나도 정말 못 챙기는 것도 많고 부족하지만 최대한 내가 아는 것을 많이 가르쳐드리려고 노력한다. 결국 이것도 내 마음과 내 경험을 꺼내어 말하는 것이라 내 에너지의 고갈로 더 많이 가르쳐주지 못한 때도 있었다. 실습이 끝났을 때 어떤 때는 '참 잘 가르쳤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때는 '좀 더 신경 써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교에 모두가 제출하는 실습 소감록을 받았을 때는 힘들었던 마음은 저 멀리 가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가 가르쳐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배웠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소감록들을 하나하나 보물처럼 모았다. 그리고 올해 발간할 우리 반 문집에 싣기 위해 정리했다. 내가 부설초에 와서 가장 보람찼던 일은 바로 교생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공립학교에서는 대용 부설초가 되어도 이렇게 많은 교생들을 가르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보낸 나의 4년이 너무 기쁘고 알차게 느껴진다. 


요즘 매년 해왔던 것처럼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보낸 소중한 추억들을 문집에 하나씩 담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교생 선생님들의 소감록을 문집에 담아볼까 한다. 자세히 읽어보면 소감록에 우리 반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들께 어떠한 선물을 했는지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을 추억해 볼 수 있는 좋은 글들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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