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건반검은건반 Jan 30. 2022

초6 딸아이의 공부를 봐주며

아이 옆에 앉아 쓰는 편지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까를 걱정했고,

무사히 출산하고 나서는, 내 몸 곳곳이 아파서 괴로웠다

아이가 울며 잠을 자지 않을 때는 아플까 봐 걱정이었고,

아이가 너무 잘 먹을 때는 살이 찔까 봐 걱정이었다.

또 지금은 너무 안 먹어서, 키가 작아서 걱정을 하고 있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늘 걱정을 하며 키워야 했다.

그리고,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무던한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육아는 나에게 행복보다 힘든 순간들을 많이 주었지만,

그 때 그 순간들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무던한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게 육아를 하고 있었다.

힘겨웠다. 나는 결혼과 육아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슬프게도 아이는 돌이 되기 전부터 자주 열이 났고, 열이 나면 경련을 했다.

아이가 열이 나는 횟수가 너무 잦아

매일 병원에 다니면서 이 긴 육아의 터널은 끝이 있을까 생각했다.


어느 정도 육아의 터널을 지나고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안정을 찾았다.

아이는 5살에 마지막 경련을 했고, 그 이후로도 몸이 약해 자주 아팠지만,

다른 아이들이 하는 감기, 장염 정도를 앓아가며 자랐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나는 마음이 좀 자유로워졌다.

이제는 30대의 아이 엄마를 보아도 하나도 젊음이 부럽지 않다.

내 몸은 자주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고

몸의 곳곳에 용종이 생겨 위험신호를 보내지만

커다란 숙제를 끝낸 것 같은 40대가 참 좋다.

그러고 보면 결혼과 육아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길이었나 보다.


우리 딸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나처럼은 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30대가 정말 처절했던 것 같다.


내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남들이 하는 것처럼 살아온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스스로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딸의 인생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 엄마가 되리라.

아이에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네 삶의 시간을 꾸려라고 말해주리라.

그래 나는 오롯이 아이들의 행복만 바라보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해보며 아이에게 편지를 써본다.



옆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공부가 지금은 너무 힘들고 하기 싫겠지만

엄마는 네가 공부를 하며 힘든 것을 참는 것도 배우길 기대하고 있어.

지금 이 순간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엄마를 이해해다오.

공부를 시키고 있지만, 엄마는 지금도 네 건강이 최고란다.

네가 지금 건강해졌으니까

엄마는 그다음을 내딛는 거야.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유로울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고 싶어.


이제 6학년이 되는 우리 둘째,

6학년은 중학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되는 소중한 시기란다.

그래서 하교 후에 2~3시간은 공부하자.

하지만 오래 책상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어.

빨리 과제를 마치고 놀자.

멀리 달리기 위해서 충분히 휴식을 가지고, 운동도 하고 많이 놀아야 해.

몸에 조금씩 오는 2차 성징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감정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해.


친구에게 엄마가 잔소리 심하다고 엄마 험담도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굿즈를 모아도 좋아.

친구와 관계가 소원하거나 서운해지면

엄마에게 기대렴.

네가 차분히 기다리고 있으면 친구관계는 회복된단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성적은 네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거야.

그래도 공부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잘하고

그 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공부 욕심이 있는 사람이란다.


엄마는 네가 너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루기 위한 욕심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그래서 이렇게 너의 공부를 지켜보는 거란다.

이 과정이 힘들지만 결과는 좋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성장한 과정은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어 어떤 일을 하던 바탕이 될 거야.


힘든 것은 참아내기도 해야 되는 순간이 왔을 때

그러면 네가 공부를 하며 하기 싫은 것도 참아냈던 이 순간을 기억하렴.


엄마는 20살이 될 때까지 열심히 너의 자유를 위한 바탕을 마련할 거야.

어떤 시련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마음을 튼튼히 하고,

한 번씩 떠올리며 네가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줄게.

공부를 함께 하며 성적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줄게.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너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도와줄게.


그리고 20살이 되면, 엄마품을 떠나 날아가렴.

엄마는 그 이후의 너 삶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 거야.

어떤 직장을 가지든, 어떤 남자를 만나든,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말든

너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엄마는 네가 행복하다면 어떤 선택도 응원할 것이다.

혹시나 엄마에게 힘들다고하며 울거나

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거나

혼자서는 힘들다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엄마는 팔 벌려 안아주고 온 몸을 바쳐서 도와줄게.


사랑한다, 우리 딸

그러니까 오늘 공부 얼른 마치자.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 없는 우리 아이, 인기 있는 아이로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