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학교를 옮긴 것일 뿐이지만
교사들에게 학교를 옮기는 것을 이직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직을 한 것처럼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다.
새로운 변화가 빠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부설초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아예 새로운 직장에 온 것처럼 세상이 낯설다.
좀 과장하자면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새로 온 학교에서 쓰이는 암묵적인 규칙들은 내가 아는 것과 다른 것이 많았고, 4년 전에 분명히 이렇게 학교 생활을 했을 텐데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뭘 해야 될지 몰라 업무도 두려웠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낯설었다. 내가 이렇게 낯을 가리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경력 20년이 넘은 나는 아직도 일이며 행동이며 모든 게 버벅거리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좀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내가 봐 왔던 선배님들처럼 멋있어질 줄 알았다.
40대가 넘었는데도 나는 아직도 속이 좁고, 자기밖에 모르며 일이 두려운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예전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속에 두려움이 커진 것 같다.
학년과 업무가 발표되기 전날, 나는 악몽을 꾸었다.
어떤 학년을 하게 될지, 어떤 업무들이 주어질지 미리 알고 싶지 않아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알게 되리라 기다렸는데 막상 뭘 맡을지 생각하니 두려웠나 보다.
학교에 와서 업무를 만나고 나니 과연 내가 척척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밀어내고 싶었다.
예전에는 참 뭐든 도전이 신나고 즐거웠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해졌을까.
모든 것에 담대하게 받아들이며 나이 들고 싶었는데 마음의 평수가 너무 작아져 여유가 없어져 버린 느낌이다.
뭐가 두려운 것일까.
내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들킬까 봐 두려운 것인지
그냥 이곳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낯설어서 마음이 외로워 소심해진 것일까.
새로운 학교에서의 5일 차,
나는 오늘에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피아노 음악도 틀고, 커피를 마시며 하품도 했다.
그리고, 6학년 1반, 나만의 공간에서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보낼 공간을 꾸몄다.
내 부설초의 친구들이 함께 해주는 아침의 고요한 나만의 티타임이 참 좋다.
나는 내가 이곳에서 멋지게 적응할 것을 믿는다.
아마 나는 실수도 많이 하고 똥 멍청이처럼 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흘러가듯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예전 4년을 함께 했던 우리 동지들, 다들 저처럼 헤매고 계시진 않죠?
모두 새 학교 적응 잘하고 계신가요? 벌써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