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을 향한 사랑에 대하여
공기가 뜨거워지면
몸은 바닥에 달라붙고
마음은 공중으로 흩어진다.
약간의 마음정돈을 위해 옷 정리를 했다. 옷장을 열고 가만히 서서 입을 뾰족이 모은 채로 옷걸이에 축 늘어진 옷들을 바라본다. 땀방울이 마를 날 없는 무더운 여름의 탓인지 옷장이 더욱 무거워 보인다. 팔을 길게 뻗어 옷가지를 하나씩 들춰본다. 옷걸이가 행거에 긁혀 쓱 쓱 소리를 낸다. 계절 따라 입맛이 변하듯 나와 함께 지나온 몇 년의 시간들이 이 옷장 안에 담겨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옷가지 사이에서 유난한 것들이 내 시선을 길게 잡아둔다.
성글하게 엮어진 시원한 니트 직물이 때론 몸에 끈적이듯 붙던 꿉꿉함에 비롯한 몇 계절을 지나,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마음처럼 제 멋대로 엉켜있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왜 샀을까?
그때는 분명 맘에 들었을 텐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와 넌 너무 변해버려 내 마음까지 변해버렸나 봐.
계면활성제에 의한 수십 번의 침지를 통한 수축..의 흔적으로 말이야.
그때의 나와 가장 가까이 붙어있었던 것들을 벗기고 그때의 나를 꾸짖듯 커다란 투명 비닐봉지 안에 구겨 넣은 뒤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간다.
시선의 초점이 옅어지고 그새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내 키만 한 회색빛의 철제 헌옷수거함 앞에서 완전함을 꿈꿔왔던 그동안의 나를 토한다.
몇 년 동안의 나를 쏟아붓고는 조금 걷기로 한다.
어둠이 아스라이 가라앉고 빌딩의 섬광은 뾰족하게 부서져 각자의 얼굴에 내려앉는다.
내려앉은 빛의 조각은 제각각 음영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서서히 나는 완전함에서 멀어져 성근 삶을 꿈꾼다.
안온한 마음을 꿈꾼다.
뾰족한 마음을 뜨거운 공기가 조금은 녹여주기를 소망하며 여름밤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