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죽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웃는다
허허 지금 저승사자가 와있다면 죽고 싶을까
청년의 표정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아뇨 아직은 즐거운 일이 없었어요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죽고 싶어요
이대로 죽을 순 없어요
할아버지가 청년을 보며 말한다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냐
지금 정말 저승사자 와있다 네 말 듣고 돌아간 거면 어쩌려고
청년이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싫네요 죽기
할아버지의 시선이 TV를 보고 있다
나도 아직은 여기 남아 할멈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들이 많아
청년의 두 눈이 할아버지를 향한다
할아버지의 시선도 TV에서 청년에게로 간다
벌써 한 이십년 됐지
청년이 잠시 바닥을 본다
죄송해요 잠시 이성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시선은 청년에게서 TV로 향한다
누가 죽어서 끝낸 사랑만 죽을 듯 아픈 사랑인가
아냐 살면서 옆에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도 숨 쉬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어
청년의 시선이 바닥을 향해있다
그런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TV를 보며 말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게 할멈이지 허허
청년이 쓸쓸한 듯 할아버지를 본다
… 뭔가 아름다워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한다
마음이 아름다운 거지, 이야기는 슬픈데
할아버지가 TV를 끈다
청년도 잠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