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아도 기억하는 순간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언젠가는, 귀했다 인정하고 놓기

by 그리다너


양쪽 발이 번갈아 닿고 멀어졌다 하는 산책길로 내려앉은 까치. 생각보다 기온이 높아 동행과 똑같이 겉옷을 허리에 묶고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아이가 자신의 아빠에게 "요즘엔 저게 유행인가 봐요." 하는 말에 동행과 마주 보고 소리 없이 웃었던 순간. 그런 것들이 몇 년이 지나도 기록하지 않았는데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순간은 어쨌든 낡는다. 그 순간을 마주하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 아주 귀하게 여겨 빈티지로 생각하기. 두 번째, 잃기. 세 번째, 놓기.


사랑했다면 허전함 이상의 아픔을 가질 권리가 생겨 버린다. 우리는 어쩌면 그 허전함 이상의 아픔을 손을 내밀어 잡거나 놓치거나 잡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영원했던 순간. 영원했던 사람. 영원했던 아픔아. 안녕.


김소월 '먼 후일'의 먼 훗날처럼 오늘이 되어 잊었네. 당신은 모르겠지만.


작가의 이전글운수 나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