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 믿었다. 전혀 아니었다. 저유가 시대에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얼마 안 된다고 한다. 뚜껑 하나하나 분리했는데 결국 쓰레기가 되는 존재도 있는 거였다. 무엇을 담았고 비워졌는데 그저 버리지 못해 추억 하나하나 분리해서 버렸는데 재활용이 안 된다. 고작 연애의 흔적으로 여러 스키마가 바뀌고 그 사람의 경계가 내게 스며들기도 하고 그 사람의 세계에 나의 경계가 침범하기도 했을 거다.
그러니까 결혼도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 않을까.
가족 수업을 하던 교수님이 결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라 하셨다. 나는 웃고 있는 남녀를 그렸다. 교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혹시 웃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지 않았나요? 그건 신화예요." 부부는 친밀감, 헌신, 열정이 있는 교집합이라고 했다. 상대방은 내가 아니었다.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 갈등은 소중하기에 알게 되고 다르기에 생기는 거라 했다.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동화 속 행복이 평범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평범하게 난 상대를 미워하고 싸우고 다투다가도 사랑하고 말 것이다. 어쩌다 멀어져도 영영 볼 수 없어도 평범이 되려고 난 또다시 노력하고 있을 거다. 상대의 경계가 내게 스며들었음을 부정하다가도 인정하기를 반복하며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함을 기억해낼 것이다.
모든 것이 재활용되진 못 하더라도 내게 와 무엇을 채우고 비워졌던 상대의 추억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버리면 난 상대방의 在를 충분히 존중한 것이 아닐까.
수고했어, 우리.
고마웠어, 너.
사랑하고 있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