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Luce Cade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그 언어가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을 조금씩 알아차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조합하고, 규칙을 익히는 반복의 과정이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언어만의 기류가 느껴지는 때가 있다.
어휘의 뿌리나 시제를 다루는 문법적 구조뿐만 아니라, 문장 밖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그 언어만의 감각이 있다. 어떤 언어는 동사의 숨결이 다채롭고, 어떤 언어는 형용사와 부사의 채도가 다양한 결을 만든다. 또 다른 언어는 시간을 아주 세밀한 간격으로 나눈다.
익숙하지 않은 질서를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과정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단계를 지나고 나면, 전혀 다른 시선 하나가 조용히 나의 세계로 들어온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아주 조금씩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전달받는 작은 선물과 같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던 시절, 스페인에서 온 강사들이 와서 스페인어로 특강을 하곤 했다. 통역은 없었다. 이탈리아어도 아직 편하지 않은데 스페인어가 흘러들어오니 처음에는 난감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단어를 듣다 보면 ‘어떤 뜻인지 대충 알 것 같은’ 이탈리아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수업 방향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
우리는 스페인어를 잘하는 친구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정말 모르겠거나 중요한 내용일 때면 옆 사람의 팔을 톡톡 쳤고, 그러면 인간 번역기 같은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핵심만 알려주곤 했다. 모르는 단어가 천장에 떠다니다가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도, 퍼즐처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기쁨이 있었다. 그때의 수업은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는다.
처음 이탈리아어를 배울 때 교재에서 본 문장 하나도 아직 기억에 선명하다.
La luce del sole cade sulla finestra.
붉은 커튼을 배경으로 배우가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는 노랫소리와 같은 문장은, 햇살이 창문 위로 ‘내려앉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이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낮은 레벨에서 배우게 되는 간단한 문장이다.
나는 글자보다 이미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편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이탈리아어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면 단어들은 꼬인 털실처럼 엉클어진다. 그날, 그 문장을 들었을 때도 검정 털실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나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아래쪽엔 경첩이 단단히 달려있는 창문을 위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 바닥 쪽으로 내려놓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선생님의 설명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Sul=On이라는 규칙을 기계적으로 끼워 맞춰서 외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빛이 ‘어디 위(on)’에 머문다면, 그것은 스치고 지나가는 창문이 아니라, 빛 마지막으로 도달해서 모여있는 바닥 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창문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창문 사이로 먼지를 싣고 스며드는 햇살을 볼 때면 그 문장이 가끔 입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사실 그 문장은 꽤나 음악적이다. 입에서 빛이 한 바퀴를 돌고 나가는 듯한 리듬이 있다.
점심을 먹고 창가에 앉아 졸음이 쏟아지던 어느 날, 그 문장이 문득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빛이 다이아몬드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억나?”
다이아몬드는 내부가 깨끗할수록, 이상적인 각도로 컷이 되어있을수록, 들어온 빛을 여러 번 반사한 뒤 다시 밖으로 내보낸다. 그 반복의 과정이 모여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광채’가 된다.
“빛은 내려온 자리의 내부를 그대로 드러낸 뒤 지나간다.”
지금 나에게 내려온 빛은, 내 안의 어떤 면을 비추고 있을까. 그리고 그 빛은 어떤 모습으로 밖으로 나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