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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Feb 24. 2021

보라해!

2월의 보석, 자수정

시간은 빠르다.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이며 하루를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잠시 멈춰 서서, 몸짓만 분주한 나를 향해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할 때도 있지만 일 년에 한두 번? 그는 인간적이지 않다. 혼자 달리고,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예외의 상황을 맞을 때도 있다. 대부분 별로 가지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다. 이를테면, 사장님께 불려 갈 때, 하지 않아도 될 미팅에 앉아 있을 때의 시간은 내 마음의 뜀박질보다 훨씬 느리다. 역시 비인간적이다. 예외 없이 그냥 냅다 달려주면 어떤가. 그때만 잠시 느린 척.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때가 오면 여지없이 뒤통수를 친다. 속도를 두세배 더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진다. 사회생활을 이렇게 하는데도 아직도 살아서 뛰어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가 헤집고 다니는 날들이 한달묶음이 되어 달력 한 장을 넘길 때가 오면, 나의 친구 S는 잊지 않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어 준다. 직접 만든 이미지는 하나도 없지만, 어디서 발견을 한 것인지, 누군가에게 받은 것을 토스하는지는 몰라도, 사랑스럽거나, 눈물 나게 우습거나, 슬프거나, 욕이 나오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담긴 이미지들을 보내며 힘내고 살아가자고 한다. 2월이 다가오던 어느 날, 어김없이 그녀는 나를 기억해주었다.



뭔가 굉장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행운의 편지와 같은 포맷이다. 초등학교 이후, 그런 류의 메시지는 1초의 동요 없이 휴지통으로 던져버렸던 나였지만, 2020년 왕관 모양을 한 아이의 월드와이드 갑질을 경험한 후유증인지, 희망이나 운이 연결된 것들은 사소하더라도 머뭇거리게 된다.


바로 삭제 해 버릴까 했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의 두 번째 손가락이 연락처 목록을 읽어 나가고 있었다. 이런 글을 보내도 찡그리거나 폄하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 줄 5명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안전거리-필터를 off 상태로 대화를 해도 걱정되지 않고,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가면 없는 맨얼굴을 하고 만나도 되는 사람들. 몇 명이나 될까. 1분 안에 내가 보라 하는 사람들 5명을 '쉽게' 찾아서 그들에게도 숙제를 안겨 주었다. 


img 01 


설과 밸런타인데이가 함께 있는 올해의 2월.

일 년을 시작하는 하늘의 색과 사랑을 전하는 붉은색이 만들어내는 보라색이 있는 2월. Quartz 가족의 Purple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Amethyst는 2월의 탄생석이다. 하늘을 조금 더 담은 보라색부터 사랑을 좀 더 품은 자색까지, 자수정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준보석이다. 


와인 컬러를 연상하게 되는 자수정의 색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그리스어 Amethystos 에서 유래되었고, 술의 신 바커스가 등장하는 신화를 배경으로 태어난다. 그리하여 고대 사람들은 자수정을 지니고 있으면,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맑은 정신을 지닐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Amethyst goblet : 자수정으로 만든 포도주잔들을 볼 수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 하셔서 참고.)


BC3000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사용된 기록이 있는 오래된 보석 중 하나인 자수정은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머럴드와 함께 값비싼 보석류 (Precious Stone)에 포함이 되었지만, 19세기 브라질의 광산에서 공급을 충분히 하게 되면서 가격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img 02 (L) , img 03(R)


풍수전문가에 의하면, 2021년의 2월과 같은 달은 우리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는 달이고, 행운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이제 한 주 정도 더 남았다. 지난 3주까지 내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좋은 일이 있었던가. 앞으로 남은 며칠간을 기대해 보기로 한다.


큰 행운은,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받기로 결정된 사람들에게 오는 것일까. 가는 게 정답일지, 오는 게 맞는지를 생각하는 것조차 시간낭비인 듯하다. 명쾌한 답 하나는, 내가 그런 류의 큰 행운을 받을 수 있는 그룹에 속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소속이 되어 있는 곳이 있다. 나의 어떤 모습도 받아 줄 수 있는 5명의 보라한 친구들이 있는 곳. 우리 서로 “보라해!” 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불러보고, 서로 응원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모여있는 곳. 823년 만에 한번 온다는 2월을 대박 없이 마감을 하더라도 그들이 있기에 충분히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맞다. 


봄이 오면, 그들을 만나서 햇살을 걸으며, 겨울그늘을 툴툴 털어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큰 행운은 모르겠지만,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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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해 Purple You]  상대방을 믿고 서로 사랑하자는 뜻. 


img 00 : MICHAEL CRAIG-MARTIN TULIPS LINK

img 01 : Grey Banded Agate Polished Specimen on Illuminated Wooden Base LINK

img 02 : A Roman Amethyst Intaglio with Youth LINK

img 03 : Oval Neoclassical Amethyst Intaglio LINK

img 04 : Bar Pendant LINK

img 05 : Ring Nudo Classic LINK

img 06 : Amethyst and Black Jade Cuff LINK

img 07 : 100 Good Deeds Bracelet LINK

img 08 : Tea House Earrings LINK

img 09 : TÊTE DE MORT SKULL RING LINK

img 10 : Charms Extraordinaire Désir Watch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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