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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빛

문스톤, 달빛이 잠든 돌

by Dear Ciel
Moonstone.png


밤이 한걸음 빨리 다가왔다.

11월의 공기는 낮과 밤의 길이를 바꾸며

세상의 호흡을 바꾸어 놓았다.

짧아진 낮 시간이 계절의 시차처럼 느껴진다.


낮의 소란이 흩어지면,

그림자들은 제자리를 찾는다.

세상의 가장자리에 고요한 은빛이 퍼져나간다.

밤이 몰려오기 전, 짧은 균형의 시간이 참 좋다.


문스톤 (moonstone) 같다.


투명하지도, 완전히 불투명하지도 않은 그 어딘가에서,

고요한 빛이 흘러 맑은 회색의 길을 만든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함께 머물며,

한 발짝씩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빛의 길이다.


그녀는 그런 빛으로 걷는다.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어둠과 밝음을 함께 품은 얼굴을 하고,

아름답게 걷는다.


그 모습은 문스톤 위를 흘러가는 미세한 숨결과 같아,

보이지 않는 결을 따라 조용히 빛난다.


문스톤에는 달빛이 잠들어 있다.

그 빛은 쏟아지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온다.

화려하지 않은 오래된 평온함으로,

움직이는 듯 멈춰있고,

부드러운 듯 강하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조용한 물결이 천천히 빛을 고른다.

밤도 고요히 따라 걷는다.


그녀는,

빛과 그림자 사이를 걷는다.


She Walks in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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