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진담]
어느 토요일, 남편과 나는 동대문 몽골 음식거리로 향했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유목민 몽골’. 가게 안에는 칭기즈칸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TV에서는 몽골의 뮤직비디오가 끊임없이 재생된다.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 두 사람은 ‘이방인’이 되었다.
내가 사는 회현동은 아주 재미있는 동네다. 서울역과 명동역 사이에 위치한 동네라 문밖을 나서면 여행객을 흔하게 만난다. 나에게는 출근길이 누군가에는 설레는 여행의 아침이고, 나에게는 퇴근길인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현지 음식을 맛보는 식당 거리가 된다. 나 또한 그들처럼 하루를 여행하듯 보내겠다고 다짐하며, 이방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가끔은 나도 여행자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명동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명동 맥도날드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낯선 얼굴들을 바라보며 먹는 햄버거는 재미있다. 풍경과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맛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늘 이방인들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우리가 몽골타운에 입성했다. 처음 보는 글자, 나와 조금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즐비한 거리. 우리는 세트 메뉴를 시키고 가볍게 콜라를 한 잔 마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세트 메뉴를 시키는 건, 한국인뿐인 모양이었다. 식당을 찾은 몽골인들은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각자가 원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식사 중이었다.
드디어 메뉴가 나오고. 몽골식 만두와 허르헉, 당근 샐러드가 나왔다. 재미있는 건 김치도 주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자존심에 김치는 절대로 안 먹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여기 김치 맛집이라며 실컷 먹었다)
몽골식 만두에는 채소가 없고 고기가 가득하다. 유목민인 그들이 열량을 채우는 방법인 모양이다. 그 덕분인지 육즙이 가득한 만두를 맛볼 수 있었다.
허르헉은 몽골의 전통 요리로, 커다란 솥에 달궈진 돌을 넣고 고기를 익힌다고 한다. 허르헉의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로 가득했다. 한국에서 먹어본 양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냄새였다. 고기는 사라져도 냄새는 남아서, 그날 밤까지 내 속에서 양고기 냄새가 계속 올라왔다.
그래, 냄새만으로도 같은 민족의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우리에게는 김치가 그렇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몽골타운 거리에서는 양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 자가 바로 이방인일 것이다.
세트 메뉴의 양이 너무 많아 결국 다 먹지 못한 채로 식당을 나섰다. 다시 이방인이 된 기분으로 잠시 걸었다. 분명 서울 한복판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낯선 시선, 낯선 냄새,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한국에 여행 온 이방인들을 바라보던 내가, 몽골 거리에서는 이방인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곳에서 온 사람’도 생긴다.
몽골 음식을 먹으며 내가 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