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진담]
나는 소리에 예민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참지 못한다. 째려보거나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거나 자리를 옮긴다. 꽤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편이다.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1일 버스 투어를 한 적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 종일 동행해야 하는 코스. 그런데 거기에 굉장히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사람이 있었고, 나는 분노했으며, 여행 기분을 망쳤다. 패키지 투어는 앞으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눈, 코, 입, 귀, 피부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수많은 자극 중에서 나는 왜 소리에 유독 예민한 걸까? 소리 자극은 늘 너무 가깝게 침투해 들어온다. 당장에 내 귓속으로 들어와 문을 쾅쾅 두드리는 기분이 든다. 나와! 이래도 안 나와? 하며 내 분노를 일깨운다. 소리 자극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곳이 없다. 귀를 막아도 들린다. 그저 괴로움에 몸부림칠 뿐이다.
인간의 목소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말투, 억양, 목소리의 색깔 등이 빚어내는 '인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신경을 자극하는 하이톤의 빠른 말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 또한 급하고 신경질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하철에서 통화하면서 계속 혼자만 얘기하는 사람을 보면, 과연 정말 통화를 하는 것일까?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시간은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불평불만을 키워간다.
목소리는 나를 위한 것일 때도 있지만, 타인을 위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혼잣말이 아닌 이상, 목소리는 언제나 타인을 향한다. 그래서 시끄러운 목소리로 얘기하는 사람을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에게 어떤 말투와 목소리를 들려줄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의 목소리에 민감해지곤 하는, 나의 분노 포인트일 테다.
그래서 네 목소리는 어떤데?라고 한다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만. 다만다만 그래도 인간의 목소리는 가끔, 어쩌면 자주 제 신경을 긁습니다. 내가 당신의 목소리를 칭찬했다면, 그건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얘기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