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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Dec 02. 2019

#01. 시작 - by Um

나는 왜 베트남에 왔는가?

베트남에 오기 전, 나는 소위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인 S사에 다녔다. 높은 연봉과 거액의 성과급 그리고 각종 복지제도까지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이었다. 회사 밖에서는 명함을 주며 어깨가 으쓱해졌고, 출 퇴근길에 목에 건 사원증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으나, 다시 회사 안으로 돌아오면 나는 수만 명의 직원 중 한 명의 신입사원일 뿐이며,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나사 조각에 불과했다. 


2014년 무더운 여름에 입사했던 직장에 일 년 만에 사직서를 냈고, 이듬해 가을이 오기 전 나는 베트남 하노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둔 건지, 후회하지는 않는지, 왜 하필 베트남에 온 것인지를 물었다. 나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연봉과 복지 그리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한참은 낙후된 베트남에 온 것에 대해 몹시 궁금해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현재 나의 근무 환경이나 보수 등을 따져볼 때에 이전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결코 길지 않았지만 S사에서의 1년은 너무도 암담했다. 매일 밤 눈을 감을 때, 나의 1년 후, 2년 후 그리고 10년 후를 그려봤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나의 미래는 힘겨운 오늘의 일상이 여전히 되풀이될 뿐이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찾을 수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꿈을 꿀 수 없었다. 


조금은 부끄럽게도 베트남을 선택한 것은 애초에 다른 복잡한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Xin Chao! (안녕하세요!)' 베트남어 인사말 한마디도 몰랐다. 신흥국 베트남의 고도 경제 성장이나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 한국과 베트남과의 우호적인 경제관계 등에 대해서 무지했고, 오늘의 선택이 나에게 미칠 영향 따위에 대해 심도 깊게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숨을 쉴 수 있는 곳,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고. 퇴사를 고민하던 내 앞에 마침 베트남이 보였다.


운이 좋게도, 내가 선택한 베트남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인 나라였다. 주 6일을 근무해야 했고, 연봉은 거의 반 토막이 났지만, 나는 운이 너무 좋았다. 이전과 같은 고용의 안정은 찾기 어렵지만, 거국적인 변화 속에서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생겼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늘의 나는 1년 후, 2년 후에는 어떤 일이 나에게 생길지 기대한다. 지금은 꿈으로 가득하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회사를 떠나던 날, 존 A쉐드의 명언을 SNS에 남겼다. 베트남에 온 지 벌써 4년이 훌쩍 넘었다. 안전한 항구였던 S사를 떠나서 나는 지금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한가운데 있다. 이 곳, 말도 잘 안 통하고, 날씨는 덥기 아니면 습하기로 불쾌지수가 높은 베트남.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는 사랑하는 가족, 마음을 나눌 벗도 많지 않은 이 곳은 망망대해가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 만날 항구, 새로운 대륙을 기대할 수 있는 지금이 나는 좋다. 야망과 포부만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먼 미래의 내 모습이 항구에 정박했던 벗들보다 초라할지 모른다. 가슴 한 편에 품었던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베트남에서 시작된 이 여정, 이 여정 자체가 나에게는 큰 선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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