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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Dec 12. 2019

#02. 첫 인상 - by Um

내가 처음 만난 베트남

스물 아홉 살 되던 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베트남에서의 첫번째 입국 수속을 마치고 도심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낯설지만 정복해야 하는 도시, 하노이 시내로 향하는 차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 같았다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에서 신기함 혹은 호기심 따위의 단순한 감정을 느끼고 말았을 테다. 여행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으로 만나게 된 베트남에서, 나는 그런 쉽고 가벼운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흡사 학업과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입영 통지서를 들고 논산 훈련소로 향했던 과거의 모습과 같았다. 나는 사뭇 진중하고 약간은 근엄한 생각에 잠겼다.


내가 퇴사를 결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류했다. 이유인 즉, 구름을 잡기 위해 손안의 솜사탕을 내려 놓는 것은 가당치 않다는 것.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은 베트남에서의 도전을 위해 어렵게 입사한 대기업에서 퇴사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었다. 다른 설득의 방도는 없었다. 나를 설득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자신 있으니 그저 지켜만 봐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도착한 베트남에서, 나는 남이 인정하던지 내가 만족하던지 둘 중 하나의 성공을 이뤄야만 했다. 도심으로 향하던 버스 안, 창 밖에 흐르는 홍강(Red River)을 바라보며 나는 성공에 대한 간절함을 가슴에 새겼다.


하노이 홍강(Red river) - 사진출처 : 위키백과


하지만, 나의 굳은 결심과 각오는 난생 처음 겪는 무더위 앞에 쉽게 무너져 내렸다. 처음 살게 된 숙소의 에어컨이 고장이었다. 샤워를 하고 5분이면 다시 땀으로 범벅이 됐다.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나였는데, 무더위 때문에 잠 들지 못하고 선잠이 들었다가 금세 깨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다행히도 사흘 만에 에어컨이 정상 가동되었지만, 나는 그 때 겪은 베트남, 사흘 간의 불지옥을 잊지 못한다. 그 때서야 나는 베트남을 더러 성공이 기다리는 ‘꿈과 희망의 땅’이 아닌 고난으로 점철된 ‘모험과 생존의 땅’으로 정의 내릴 수 있었다.


‘모험과 생존의 땅’ 베트남, 더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영어 한마디도 안 통하는 나라, 구글 번역기가 아니라면 주변 여행은커녕 생존과 관련된 기초적인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두 바퀴의 행렬, 차선과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무법천지의 차들 속에서 길을 건너지 못했다. 화폐 단위는 왜 이리도 큰가! 돈 세는 것이 어려워 가게 점원에게 직접 계산하라며 지갑을 내밀었다. 익숙치 않은 환경이 두려웠던 나는 기숙사 밖을 조금 벗어나는 대에도 용기를 내야 했다. 내가 처음 조우했던 베트남은, 언젠가 만날 성공을 향해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라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헤처 나가야 하는 밀림이나 정글, 혹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해의 변곡점을 네 번이나 지나 보내온 지금, 다시 베트남에서의 첫 기억을 떠올려 본다.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던 순간들, 그 하루 하루가 천오백일이 넘게 켜켜이 쌓여온 지금은 사소한 것 하나 하나가 도전이던 그 때의 기억이 낯설기만 하다. 이제는 날씨와 공기, 언어와 사람… 내 생활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신선함이나 특별함을 느끼지 못한다. 낯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의 안테나가 언젠가 꺼져버렸다. 베트남은 다시 나의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다만 한 가지, 환경의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극복한 지금의 나는 다시 베트남을 ‘꿈과 희망의 땅’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베트남에 처음 왔던 2015년, 동년배의 많은 젊은이들도 미지의 땅 베트남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 전, 그리고 후로도 많은 청년들이 성공을 꿈꾸며 이 곳에 왔으나, 끝내 포기하고 돌아가 버린 사람이 많다. 혹자는 더위나 근무환경, 혹자는 외로움이나 언어를 극복하지 못했다. 물론 각각의 사연 그리고 나름의 계획이 있었겠지만, 그들은 이를 악물고 버텨낸 사람들에게 베트남이 보여주는 ‘꿈과 희망’을 보지는 못한 것 같다. 나의 선택이 성공이 아닌 것처럼, 그들의 선택도 실패는 아니다. 다만 베트남에서의 새롭게 도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청춘들에게, 자신의 처음 선택을 믿어도 된다고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조금만 참고 견뎌내면 길이 보일 거라고.


내게도 그 길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 보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꺼져버린 호기심의 안테나를 다시 켜 보려 한다. 모든 것을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봤던 두렵고 낯설던 베트남의 첫 모습, 그 베트남을 가장 뜨겁게 사랑했던 과거의 나 자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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