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이름 붙은 신에게 비는 기도가 아니다.
이름이 붙을 수 없는,
지성의 끝이자 모든 지혜의 끝,
이 모든 것의 시작인 그 어떤 곳에
내 영혼이 간절함을 담아 다만 빌 뿐인 어떤 것.
나는 빌 수밖에 없다.
한없이 오만하고 나약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내 허물을 꽉 붙잡고
놓지 못하는 죄가 있고,
나에게 가해지는 공격이 아닌 것을
나를 해하기 위함이라 믿어 취하는
견고한 방어의 태도로 말미암아
수월하게 버리지 못하는 나의 못난 모습들 때문이고,
나를 위한 마음이 모아 만든 단어들이
어쩐지 나를 위한 것처럼 들리지 않는
환각의 상태에 빠진 고로.
빌어야 한다, 내가 아닌 곳으로 잠시 나를 옮겨
나보다 큰 내가 될 수 있도록
나는 빌어야 한다.
이 작고 나약한 내가 스스로를 벗어버리고
홀가분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헛되지 않은 용기를 구하오니,
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