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용히 잠들 수 없다. 항상 무언가를 보며, 무언가를 들으며 지쳐 쓰러져야만 잠들 수 있어 핸드폰 충전을 종종 까먹는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내 덕에 이놈까지 애먹는다. 밤새도록 듣지도 않을 라디오 따위를 켜놓고 잠드느라 아침이 될 때까지 이놈은 지독하게도 외로이 떠들다 지쳐 떨어져 먹통이 되버린다.
기계는 날 닮았다. 여기저기 깨진 자국들도, 그 잘게 난 상처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나름 잘 굴러간다는 사실과 꾸밀 줄 몰라 이젠 누렇게 변한 투명 케이스로 둘러싸여 있는 것 까지.
조금 전 충전을 했다 여겼지만 벌써 충전이 필요하다며 알려주기 바쁘다. 도대체 제대로 충전이 되어서 배터리 잔여량이 초록불이 켜져 있는 화면을 본 기억이 없다. 매번 50%, 30%, 그러다 노란 저전력 모드로 버티고 버티다 집에 와 다시 꼽기를 반복하고 종종 배터리를 충전해주지도 못한 채 새로운 아침을 빨갛게 물든 배터리 잔여량으로 시작한다. 주말 동안은 내내 배터리 충전기에 꼽힌 채 지낸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월요일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으니까.
이놈 속엔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이고, 좋아하는 것들만 모여져 있고 내가 보기 싫어하는 것들 이라곤 없다.
치우쳐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지만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질 대로 널브러진 어플들을 하나둘 살펴보자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며 이마 한가운데 떡하니 본인에 대해 써놓은 것 마냥 적나라하게 날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