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창작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논리와 비교, 이해를 뛰어넘어 파상적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 저는 그것을 동화라 일컫고 싶습니다. 타인과 나의 생각이 만나 교집합을 이루는 것을 넘어 완벽한 합일로 이뤄지는 순간. 정말 드문 순간입니다. 저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순간을 위해 읽었던 책도 두 번, 세 번, 열 번 읽기도 하며 같은 노래를 수 없이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으레 모두들 그러하듯 저 역시도 작업을 할 때 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설정한 채 작업을 합니다. 굉장히 시끄러운 노래들을 들을 때도 있구요. 무의미하게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틀어 놓을 때도 있답니다.
최근 ‘인생은 회전목마‘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었습니다. 제목답게 썸네일엔 회전목마가 보입니다. 밝은 조명이 회전목마를 비추며 여러 사람들의 흐려진 형체들이 보입니다.
그 플레이리스트 첫 음악은 'Merry go round'입니다.
그 단어가 회전목마란 것을 처음 알았답니다. 노래에 빠져 듣다 보니 회전목마 앞에서 너나없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문득 어떤 생각이 휘몰아쳤고 뒤이어 히사이시 조 '인생의 회전목마'가 떠올랐습니다. 그가 지휘하는 연주가 지금 당장 보고 싶어 졌습니다.
음악에 대해 이론적으론 몹시 부족한 사람이지만 연주를 듣고 있자니 사랑하는 사람과 푸르른 언덕 아무 곳에나 털썩 주저앉아 시답잖은 얘기들로 가득 채우고 순간을 더없이 만끽하고는 해 질 녘 노을로 붉게 물든 내리막을 마주한 산뜻한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설렘이 살짝 묻어나는 우리의 모습이 뷰파인더에 담기고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찍혔을까 손바닥보다 작은 프레임 화면을 보기 위해 여러 머리들이 들이밀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그 와중에도 방금 전 나의 뒤로 돌아갔던 목마는 다시 나에게로 돌고 돌아옵니다. 여전히 그 목마가 빙글빙글 돌고 있지만 사진이 찍힐 때 우리들의 뒤에 멈춰 있던 그 목마가 과연 지금의 목마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똑같은 사진으로 재현은 가능하지만 우리의 사진 속에 남아있던 회전목마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 뒤로 돌아갔던 목마는 그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삶 또한 저기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매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요. 여전히 같은 공간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수없이 많은 과거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고결하고 소중한 유일한 봄 소풍을 우리는 지금도 만끽 중입니다.
히사이시 조도 언젠가 놀이동산 회전목마 앞에선 사람들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은 찰나의 예술이고 소풍이구나.
소풍이 끝나고 언덕을 내려오는 날까지 돌아오지 않는 목마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잔뜩 만끽하다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