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갓 맛들이기 시작했을 때 겸손이라곤 없는 법입니다. 항상 말라비틀어져있던 내가 아령이란 것을 들어보기 시작하고 뼈다귀에 근육들이 금세 붙었다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다닐 무렵입니다. 젓가락 같이 얇디얇은 다리로 자신도 운동을 하겠다는 아버지 '그까짓 운동 나도 한다'하며 기세 등등하게 자세를 알려달라 합니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아버지에게 자세를 가르쳐드리려 했으나 평생을 고개 숙여 쇠를 깎아온 아버지의 뻐덩하니 굳어버린 목과 등이 해보겠다는 당신의 의지를 꺾어버립니다.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로 가 다시 털썩 누워 버립니다.
예순을 넘은 남자가 침묵하며 화면을 보고 있지만 난 그남자의 시선이 티브이를 가르키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슬그머니 입술을 삐쭉 내밀며 가늠할 수 없는 눈으로 티비 너머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봅니다.
그 날 이후 그리 큰 정을 받지도 않았고 애틋함도 그다지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훔쳐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있어야 할 곳에서 저만치 나와 굳어버린 거북 같은 목은 그대 중학교도 가지 못한 채 쫓기듯 뛰쳐나와 부모 형제, 뒤이어 처 자식을 먹여 살리겠다며 매일 시꺼먼 먼지와 피부가 구워져 버리는 뜨거운 철가루를 맞아가며 살아온 당신의 무거운 책임감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는 그 책임감에 짓눌린 당신의 한숨을 가려주는 안개입니다. 흉 하나 없는 고운 나의 손을 보며 어렴풋하게 흉터 없이 부드러웠을 당신의 손을 떠올릴 것입니다. 쇳덩이와 싸우며 피치 못할 사고들을 겪고 굽혀지지 않는 몇몇 손가락들은 쉴틈 없이 달려온 당신의 성흔입니다. 우악스럽게 나오는 상스러운 말들은 기댈 곳 없던 당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용기고 기죽지 않으려는 어린 시절 한 많은 당신이 내지른 포효입니다.
난 지금도 여전히 본가에 내려갈 때면 아버지의 모습을 슬며시 훔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