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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자연을 알게 되는 때

“얘들아 , 밖에 하늘 좀 봐. 저 구름이랑 파란 바탕, 어머! 저 구름은 코끼리 같아”

“엄마, 저건 거북이 같은데”     


드디어 아이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엄마, 유라야 놀자(유부트) 틀어줘”     


“얘들아, 밖에 해 지는 것 좀 봐, 하늘 색이 분홍색이야. 너무 예쁘지?”     


조용하다. 뒤를 돌아보니 시큰둥한 반응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이 가진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전에는 몰랐던 길가의 꽃들과 들풀들이 눈에 들어오고, 무심히 쌓여있는 돌이 예쁘다. 돌과 돌사이 빼꼼 얼굴을 내민 이름모를 작은 꽃도 예쁘다. 나뭇잎의 색깔이 제각각 다른 것도 예쁘다. 심지어 낙하를 앞둔 흙색으로 변한 나뭇잎까지도 예뻐 보인다. 자연이 가진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면서 아이들에도 유난히 ‘저것 좀 봐’ 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일정들을 짜면서도 사이사이 곶자왈이나 오름, 비자림 같은 곳들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큰 감흥이 없던 것 같다      


“언제까지 가야해?”, “언제 끝이야?” “얼마나 남았어?”      


한 열 걸음 정도 가면 물어본다. “이제 금방 끝나” 라는 얘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아이들도 숲이 어지간히 싫었나보다.  숙소를 옮기기 위해 차로 이동하던 중에 “숙소로 갈까. 밥을 먼저 먹을까” 라고 물었는데   네 살 난 둘째가 “나 숲속 안가”라며 떼를 부린다.  숙소라는 말이 아이에게는 숲속이라고 들렸나보다. 그 얘기에 신랑이랑 나는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에게 “밥 먹고 우리 어디갈까? 뭐하고 싶어?”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집에가서 TV보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숙소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또 새 집에 대한 설렘으로 잔뜩 신이났다. 방과 방 사이를 오가며 방방뛰고 숨바꼭

질 하기에 바쁘다.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내 어린시절은 어땟지? 생각해보면 엄마는 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태임아, 이 꽃 좀 봐. 이 풀 좀 봐 ” 이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그때는 “응, 봤어봤어” 하고 시큰둥 대답했다. 내눈에는 다같은 풀이고 꽃이었다. 별다를게 없었는데 말이다.  그때 엄마도 자연이 참 예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자연의 특별함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엄마가 이랬었지 하고 기억하는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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