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의 비교는 그냥 내겐 일상인 것 같다. 길 가다 집들을 보면서, 지나가는 차를 보며 내가 가진 것들과 비교하는 게 익숙해졌다. 네이버에 해당 아파트를 치면 시세가 쫙 나오는 세상이다 보니 비교가 너무 쉽다.
같이 일하는 동료를 보며, 또 친구들을 보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늘 부러워한다.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비교가 나를 키웠다고 때로는 위로를 해보지만, 비교는 내게 늘 위축감을 줬고, 늘 쪼그라들게 했다. 주변 사람들의 성취에 선뜻 박수를 보내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결심한게 있다. 절대 비교를 하지 말아야지, 공부도 억지로 시키지 말아야지, 실제로 주변 애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 우리 애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다들 학습지를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내 신념을 지키는 일이자, 아이에겐 더 도움이 될 일이라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 생각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한글도 빨리 가르쳐야겠다 생각하지 않았다. 또래 애들이 한글 교육 학습지를 하고, 한글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애는 12월 생이고, 내가 가르친 적도 없으니 그렇지’ 라고 위안을 삼았다.
어느날 큰 애가 큰 글씨로 쓰여진 책을 갖고 오더니 제목을 읽어내려갔다. 틀린 글씨를 읽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우와 우리 은성이 대단하다. 글씨 엄청 잘 읽네. 엄마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큰 동작으로 손뼉을 치고 최대한 눈 크기를 늘린 채 얘기했다.
“엄마 나 책 잘 읽지?” 라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퇴근 후 신랑과 저녁을 먹다가 또래 아이인데 한글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스스로 깨친 아이 얘기를 했다. 그러자 거실에서 놀고 있던 은성이가 또 책을 갖고 와서 틀린 글을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는 “엄마 나 아야어여오요 . 나 잘하지? 라고 묻는 것이다.
나는 비교를 안한다고 했지만, 내 말에 아이는 비교를 당한다고 느꼈나보다.
한 몇 달 전, 어린이집 여름방학을 맞아 친정에 갔다가 아빠와 다툰 일이 생각났다. 친척들이 여름휴가를 모인 자리에서, 엄마가 고종사촌의 아이 얘기를 하며, 은성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가 구구단을 외우고 두자릿수 덧셈을 하고, 주변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친척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했다. .
아빠는 나중에 그 때 얘기를 꺼내면서 정말 버릇없는 행동이었고, 아빠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며 뭐라 했다. 앞에 다른 일로 싸우다가 그 얘기까지 나온건데, 나도 지지 않고 그렇게까지 심하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받아쳤지만,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일이다.
왜 나는 그때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까? 엄마는 정말 그 조카의 영리함이 놀라워서 얘기한거라는데, 나는 왜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였을까.
엄마에게 은성이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정말 비교의 뜻이 없었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난 애 공부 안 시킬 거라고 또 말했다.
어린 시절, 하필 그 사촌들이 나와 학년이 같아 늘 비교의 대상이 됐다. 친척들이 모이면 누가 몇등을 했다더라, 누가 몇 등을 했고 지금 뭐를 공부하고 라는 등의 얘기를 나눴다. 우리 모르게 위축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잘 하는게 없는 걸까.
그래서 명절이 싫었고, 그 친척들이 싫었다. 대학에 올라가서, 또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 친척들과 비교가 되는게 싫었던 것 같다. 화가 났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게..
하지만 나중에 더 화가난건, 정작 아이가 하기 싫어하면 공부를 안 시키겠다. 공부하는게 제일 별로인 것 같다고 말해온 내가...왜 조카의 영민함을 칭찬하지 못했을까라는 불일치와 흔들리는 신념이었던 거 같다.
그 때의 일이 떠오르면서, 내가 하지 않겠다고 한 다른 아이의 얘기를 애 앞에서 하고 있었구나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그 아이가 신기해서 남편에게 말을 했다기 보다는 사실 내 안의 부러움을 그런 식으로 표출했던 거 같다.
신혼 초 시댁으로부터 아무 도움도 못 받은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다. 그걸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탓인지, 신랑앞에서 주변 친구들 얘기를 많이했다. 누구는 시댁에서 뭘 집을 해줬다더라, 애를 낳았는데 얼마를 줬다더라 등의 얘기, 하지만 그러면서 시댁에 대한 불평을 얘기한 적은 없다. 한 번은 신랑이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아마 난 비교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이 앞에서 다른 아이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어떻게 하면 비교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오늘도 난 직장을 짤렸다는 친구로부터 나의 위치를 위로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