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용실에 갔다가 미용사와 아이 키우는 얘길 하다가 “우리 아이가 얼마 전에 울면서 들어왔어요. ‘왜 우리집은 가난하냐’고 울는 거에요” 그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었고, 굉장히 어른스러운 아이라고 한다. 엄마가 미용사를 운영하며 집안일까지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함께 엄마가 날 위해 고생하신다는 자부심까지 있던 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존감 높은 아이가 ‘빌라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사는 동네는 서울의 중심지도 아니고, 소위 비싼 곳도 아니다. 서울에서도 외진 지역인데 그 지역에서도 아이가 빌라에 산다고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 도대체 이 어린 괴물들을 누가 만들어 내는 걸까? 정상적인 아이가 비정상적인 아이들 속에 있으면 비정상이 되는 사회가 됐다. 이 비정상적인 아이들을 키워내는 사회, 이게 정상일까.
어린시절 우리 집은 단칸방이었다. 자영업을 하시던 부모님은 창고, 가게 겸 방이 있는 상가건물 1층에 세 들어 살았다. 그때 TV 속 침대가 부러워, 서랍장 위에 이불을 깔고 올라가 침대라고 하며 좋아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은 방이 2개였고 마루도 있었다. 꽤나 어린 때였는데, 초등학교 1~2학년인 걸로 기억한다. 그 아이 엄마에게 “우리 집은 가난해서 방이 하나밖에 없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엄마는 내 말에 피식하고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라 아이가 어른 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근데 난 내 상황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그냥 내가 인식한 대로 말했고, 그 아이랑 노는데 위축된다거나 했던 느낌이 없다. 그리고 그땐 옆집에 2층집에 사는 부잣집 아이랑도 옷을 바꿔가며 놀고 했다. 근데 지금은 벽이 너무 높다. 순수하게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게 아니라 어른이 껴야 한다. 어른들이 기준을 정해준다. 저 아이와 놀아도 돼, 저 아이는 너랑 어울리지 않아
유치원 상담을 갔을 때 반을 같은 아파트끼리로 나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요? 라고 묻자,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들끼리 나중에 학교도 같이 배정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굳이 유치원 애들때부터 이렇게 관계의 벽을 좁게 설정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안에는 겉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사는 곳으로 아이들을 나눈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벽, 그 안에서 크는 아이들, 괴물이 된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