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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시간이 흐르면 고민도 달라져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한 10년 만인가. 대학교 일 년 후배인 우리 소희,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책을 냈다는 글을 보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저장된 번호로 연락을 해봤다.  다행히 번호는 그대로였다. 소희도 다행히 반갑게 반겨줬고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약속을 잡았다. 10년만의 만남, 긴장도 됐는데 만나니 대학 시절 그대로인 모습이다. ‘아름다운 가게’라는 비영리기업에서 일했던 소희를 10년 전 취재를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다. 이후 해외 봉사활동을 간다는 근황이 내겐 최근 근황인데, 해외 봉사활동을 3년, 국내에 와서는 그것과 관련한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자신이 차린 사회적기업의 대표가 됐다. 10년의 긴 세월을 어떻게 다 나눌 수 있겠냐 만은 간략히 들은 소희의 인생은 정말 너무 멋졌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매일 회사에 나가고 매일 똑같이 생활하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 어쨌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과 나는 대학 CC인지라 소희도 남편을 잘 알기에 남편에 대한 얘기, 나의 근황 등도 얘기했다.


그러다 최근 나의 고민거리나 내가 관심 있는 일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고민의 반은 아이들이고 반은 일적인 부분이었다. 내년에 은성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얘기, 사교육 문제, 육아 불평등에 대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일을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돈을 좀 더 모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너무 순둥이인데 어떻게 크게 될까 등등의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중심을 차지한다.    

  

그러다, 우리가 그런데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라는 얘기를 꺼내게 됐다. 결혼하고 나서인가 라고 물으니 ‘언니, 언니 결혼하기 전이에요. 그때 언니가 남자친구랑 너무 오래 만났는데,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 정리를 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잊고 있던 기억. 내가 소희한테 그런 얘기까지 했었구나. 결과적으로 그때 고민했던 상대와 결혼을 했고, 소희에게도 대학선배이기에 이름이 더 익숙한 남편에 대해 내가 계속 ‘우리 신랑’ 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10년 전에 내가 그런 고민을 했었구나. 지금은 사랑이 어떤 건지, 연애의 감정은 뭔지 그런 고민이나 생각을 해 본지 너무 오래됐는데, 말이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고민인데,  그때는 또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요즘 아이들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뒤척이는 나를 보며, ‘애들은 알아서 크는 거지, 걱정을 떨치자’ 면서도, ‘뭐 그렇게 하나하나가 다 걱정인지’ 라며 자책해봤는데, 이 걱정 또한 2년 뒤에는 또 다른 고민의 모습으로 바뀌어있겠지 10년 뒤엔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도 기억을 못할거야. 라고 생각하니 고민에 대해 좀 가벼워졌다고 해야 할까. 지금 엄청난 일인 거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별거 아니게 되는 때가 오는데 말이다. 고민에 너무 시간과 마음을 소비하지 말자. 걱정인형인 내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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