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육아란...발달,전개,절정,발단

돌싱인 지인이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아이 엄마가 있는데 그 엄마는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생겼다.  너무 힘들다. 남편이 가장 원망스럽다. 운동을 해서 몸매를 가꾸는 이유는 졸혼을 하기 위한 것이란다. 예쁘게 자신을 잘 가꾸고 아이를 다 키우고 졸혼을 한 뒤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그 얘기를 듣고 한참 웃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처지에 대해 위로했다고 한다.  뭔가 씁쓸함이 남지만, 말을 하는 사람이나 그 대화 속 졸혼을 꿈꾸는 여성의 감정 모두 공감이 간다.    

  

 나 또한, 결혼도 아이도 생각지 않았다. 결혼을 거부했지만, 30대 초반을 넘어선 나이와 주변의 시선, 남자친구의 재촉 등이 맞물려 그냥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됐다. 아이도 계획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자고 얘기를 한 적이 없었기에 서로 조심을 했지만, 생명은 하늘의 뜻인 것처럼 아이를 낳게 됐다. 나이로는 이미 아이를 낳기에 늦은 나이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탓인지, 아이를 낳고 정말 많이 울고 힘들어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마 산후우울증을 겪은 것 같다.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독박육아였고, 온전히 내 몫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내가 가장 소중한' 이기주의의 전형이었다. 이기주의라는 표현보다는 나를 사랑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우선돼야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부터 정말 모든 게 달라졌다. 모든 건 그 분(아이)의 뜻대로 해야 했다. 신랑은 일을 한다는 핑계로, 내가 육아 휴직중이라는 이유로 육아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아이도 예민했던 탓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둘째도 낳게 됐다. 둘째는 더더군다나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 뜻이 아니지 싶다. 어쨌든 아들 둘 엄마가 됐고, 육아 스트레스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언제쯤 나아질까?      


나중에,,시간이 흘러 이 시간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선배들은 얘기한다 "지금이 제일 예쁠때라고" 정말 지금이 제일 예쁠 때인 것같다. 근데 힘들다는 이유로 그 예쁨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나중에 분명 후회를 할 것 같아, 그 후회가 예상이 된다는 점 때문에도 마음이 안 좋다.      

그런 마음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유투브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요약영상을 봤다. 개그맨 커플이 겪는 부부갈등, 그 부부는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됐고, 댓글을 통해 추정컨대 개그 프로그램 등이 폐지되면서 생활고까지 겪고 있는 듯했다. 서로 예민해지다 보니 좋은 말을 뱉어낼 수가 없고 짜증의 연속인 것이다. 그 부부가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 다 정말 많이 참고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2년 전쯤, 둘째를 낳고 6개월 정도 됐을때, 신랑을 붙잡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이 너무 후회된다고 했던 말. 신랑은 그때 눈물을 보이며, 불쌍하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거냐며, 행복하지 않겠다며...그러면서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물론 지금도 나아졌다기 보다는 그 감정에 익숙해지면서 전보다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다. 또 그때 들었던 생각은 신랑이 못한다기보다 우리 둘다 정말 애를 쓰고 있다는 것, 애를 쓰는게 너무 힘든 것, 둘 중 하나가 안하면 그 몫은 다른 한명에게 갈 수밖에 없는 제로섬이기 때문에 그 분풀이도 상대에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겪고 그 사이 아이들도 커가면서 그 때의 힘들었던 감정도 점점 무뎌지고 있다.     

개그맨 영상의 댓글에 '두분 행복했으면 좋겠다. 두 분 사랑하는 게 보인다' 라는 글들이 있었다. 신랑이 "행복하지 않은 거네"라고 했을 때의 나의 상황이 오버랩 됐다. 그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행복하지 않다. 는 내 감정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그때의 장면을 돌아보면, 당시 우리는 갈등의 절정이었지만, 한 발 거리를 두고 보면, 그 또한 서로를 사랑하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같았던 것 같다. 불만을 줄일 방법을 잘 몰라서 화가 차올랐던 것일 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