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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행복하지 않다?

행복은 어떤 감정일까. 아무 걱정 없이 하루하루가 기다려지는 나날일까. 드라마나 영화의 해피엔딩은 흔히 불화나 갈등이 끝나거나 연인이 결혼에 골인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모습이 다반사다. 흔히 그런 장면을 보며 우리는 그들은 행복하게 살게 됐다 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해피엔딩의 한 장면이 현실로 오면 전쟁터로 바뀐다. 결혼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육아를 하며 지쳐간다. 한 편으로는 외부의 시선 혹은 먼 훗날 ‘행복한 그때’로 기억될 지금이겠지만, 정작 나는 힘들다. 행복의 조건이 갖춰져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 길게 살지도 않았지만, 38년 인생을 되짚어보면서 행복한 때가 언제였을까 떠올려본 결과 ‘철없이 뛰놀던 유아시절, 공부 스트레스를 딱히 받지 않더 초등학교 시절에도 늘 고민과 걱정이 많아썬거 같다. 울기도 많이 울고, 걱정에 밤잠 못 이룬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뭐가 힘들었을까 싶지만 그땐 그랬다. 별 걱정없이 하루하루가 기다려졌던 건 중학교 때인 것 같다.  학교를 가는 게 재밌고 설렜고 진짜 걱정이 없었다. 집안 형편도 그때부터 펴기 시작했고, 내 소중한 예쁜 방이 생겼고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았다. 덩달아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던 시절이다. 그때 만난 친구와 아직도 연락을 하는데, 그만큼 그땐 친구복도 있던 시기같다. 그 외의 시절은 걱정없는 완벽한 ’행복‘과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일이 잘 풀린다고 하니, ’난 행복해‘ 라는 마음을 계속 주입 시켜왔다. 그러다 그 주입도 극복하지 못하는 때가 온 것이다. 그냥 내 생활이 행복한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던 시간은 그냥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그러다 아무 느낌이 없어지는 날이 왔다.    

  

“행복하지 않아” . 얼마전 신랑이 혼자만의 여행을 2박 3일로 가기로 했다. 신랑도 혼란의 시간이었다. 여행 떠나기 전날 맥주를 한 캔 따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다. 육아 불균형에 대한 얘기를 털어놨다. 평소 가져왔던 불만을 그제야 쏟아냈다. 5년여동안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꺼내 놨다. 평상시 “나 떠나고 후회하지마”라고 했던 말 속에 담긴 나의 속마음들을 털어놨다.  아이를 낳고 집안의 중대사는 모두 내 몫이 됐던 일들, 그리고 이제는 그 일이 내 일이 돼 버린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어린이집 알림장에 답을 남겨본 적 있냐. 가스계량기 검침 숫자를 적어본 적이 있느냐. 반찬이 집에 뭐가 없는지 고민해본 적 있냐. 고기가 떨어졌으면 아이들 먹일 고기를 사 본적 있나” 

신랑은 내가 쏟아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불행했겠다” 라고 조용히 한 마디 했다. 그 순간 주르르 흘렸던 눈물이 오열로 바뀌었다. 내가 차마 입밖에 꺼내지 않은 말, ‘불행’,

그때 나도 내 입으로 “행복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평소 신랑과 많이 다투지도 않고, 소리를 질러본 적도 없다. 그랬던 탓에 내 말에 담긴 의미를 신랑도 알았을 것이다.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처음 보는 눈물. 그렇게 내게 돌아온 말은 “우리 똑같네”

지금의 생활이 나만 버거운 게 아녔다. 신랑이나 나나 일과 가정, 육아 또 앞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욕심, 현실의 제약 사이에서 아등바등 살아 온 것이다.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신랑이 물었다. 그 무책임한 질문에 나는 좀 더 희망적인 답을 한 것 같다. 규칙을 정하자고, 일주일씩 아이들 반찬 담당을 하고, 아이와 관련된 일도 같이 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 글쎄...여전히 내가 더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날 말하기 민망한 사소한 것을 털어놓고 나자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우리 서로 누구 하나 편한건 아니라는걸 인정하면서 마음은 조금 나아졌다. 후에 이 때를 돌아보며 분명 후회할 것이다. 완벽한 행복의 조건 속에서 뭐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던 걸까라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의 속성이 그런걸수도 있다. 지나고나면 행복이라고 느끼는게 행복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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