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놓인 복선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언뜻 보면 로맨스이나 한 소녀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지지만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미스터리 법정소설로 흘러간다. 소설은 1960년대 후반, 한 마을의 잘나가는 청년 체이스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카야의 어린시절 (1950년대)과 현재(1969년)를 오고 간다. 체이스의 사망 현장에 아무런 증거도 흔적도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고의적인 살인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용의자로 습지소녀 카야가 지목된다. 카야와 체이스는 한 때 연인관계였기 때문인데 그 연관성보다는 카야가 모두가 혐오하는 습지소녀였기 때문이다. 문명 사회와 단절된 소문만 무성한 마녀같은 아이. 그래서 모두가 카야가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재판은 흘러간다. 그렇다면 카야는 왜 고립을 택하게 된 걸까? 그건 우리의 왜곡된 시선이 가장 컸을 것이다. 카야는 한 번 학교를 가게 된다. 신발도 없이 허름한 차림의 카야는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고 그 이후 카야는 제도권 교육은 일체 받지 않게 된다. 교육뿐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 등도 모두 외면한채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런 카야를 안타깝게 봐온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 준다. 카야에게 글이란 삶의 버팀목이었다. 수집품들을 분류할 수 있게 했고, 시를 쓸수 있게 했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영혼의 동반자이자 연인이기도 했지만 선생님이자 부모와 같이 삶의 전반을 이끌어 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카야는 외로웠다. 습지에서 혼자 생활해야 했고, 카야 곁에 있던 모두가 다 떠나갔다. 그래서 더 습지에 대한 애착이 컸을 것이다. 습지만이 위로를 해줬고, 자연에서 인간 탐욕이나 부조리의 답을 찾으려 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설은 카야의 일생과 재판 현장을 오가면서 카야를 설명해간다. 재판 결과는 카야의 무죄. 카야가 죽였다는 증거가 없었고, 카야가 용의자가 된 것 또한 우리 모두가 가진 편견 때문이었다는 변호사의 말이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카야는 이후 자신을 한차례 떠났지만, 이후 계속 카야를 든든히 지켜왔던 테이트와 평생을 함께하며 습지에서 삶을 마무리 한다. 소설이 이렇게 끝이 나면 아름다운 한 인간의 일대기 정도가 되겠지만 소설은 반전을 담고 있다. 체이스를 죽인 사람이 바로 카야였던 것. 작가는 이 사실 또한 그냥 풀어내지 않았다. 카야가 처음 시를 접하면서 했던 "나는 좀 더 명확하게 시를 쓸거야"라고 했던 것처럼 시에서는 카야의 살인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재 보여지는 한 사람의 모습은 인생 전체가 담겨있다고 한다. 카야 역시, 처음에는 이해못했던 여러 행동과 장면들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이해가 됐다. 엄마를 원망했던 마음, 아빠의 존재, 반딧불을 통해 자연의 비윤리성을 배우는 장면, 엄마 여우의 행동, 습지에서 사는 법 등...
*점핑의 죽음
점핑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카야는 가족을 잃는 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점핑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불현 듯 떠나간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악어가죽 구두를 신고 흙길을 걷는 모습. 이번에는 엄마가 길 끝에서 카야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카야는 ‘안녕, 엄마’라고 속삭였다. 점핑의 죽음을 통해 엄마를 용서했다. 엄마를 드디어 보내줄 수 있었다.
*습지
카야에게 습지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다. 카야는 가끔 혼자 바닷가로 걸어가 파도가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에 젖었다.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모래를 만지다 구름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었다. 그녀가 아는 건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습지는 바다와 육지를 연결한다.
*카야의 아빠
카야의 아빠는 처음부터 망나니는 아니었다. 부잣집 아들로 미래가 창창한, 체이스와 비슷했다. 얼굴도 잘 생겼고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세계대전으로
가세가 기울면서 집이 졸딱 망하게 된다. 바른 정신이었다면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겠지만 실패와 좌절 속에 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온갖 달콤한
말로 엄마와의 결혼에 성공했고, 가정을 꾸리고서도 제대로 된 보살핌이나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없었다. 술과 도박에 엄마와 아이들에 폭행을 행사하며
자신의 권위와 힘을 확인했으리라.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무책임한 인물이 아빠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비겁했고 모든것에서 도피하려 했으면서 자기 것을
놓지 않으려 했다.
*체이스의 죽음
카야가 체이스를 죽이기 며칠 전, 우연히 습지에서 체이스를 만났다. (69년 8월,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체이스는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막무가내로 몰아붙였다. 카야는 체이스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체이스는 강제로 키스를 하고, 강제로 눌렀다. 체이스는 바지를 벗고 카야를 겁탈하려 했다. 카야의 반항에 체이스는 카야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때 카야는 아빠가 떠올랐다. 엄마를 때리던 아ㅃ바. 카야는 팔꿈치로 체이스를 강타했고, 미친 듯이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리고 그 이후 카야는 다시 숨어지내야했다. 체이스를 피해...체이스는 끝까지 찾아내려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 때의 일이 아마 카야가 체이스를 죽이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을 것이다. 카야는 습지에서 살아야 했다. 습지를 떠나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야가 습지에 있는한 체이스는 계속 카야를 노릴 것이다. 카야가 체이스에 대해 “아버지한테서 거듭, 거듭 배운 교훈이 있다. 이런 남자들은 최후의 한 방을 꼭 자기가 때려야만 한다. 체이스는 카야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당장이라도 체이스가 덮쳐올 수 있을 거라는 미칠 듯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새들을 봐도 어떤 기쁨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체이스는 이대로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혼자 외톨이로 사는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두려움에 떨며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탈출의 꿈은 심지어 죽임이라 해도, 언제나 빛을 향해 떠올랐다. 카야의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시커먼 침묵 속에서 가만히 자리 잡으면, 그제야 저 멀리 대롱대롱 걸려 찬란히 빛나는 평화의 포상이 손에 잡히겠지. 안전할 것이다. ‘죽을 때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테이트
테이트는 늘 카야곁을 지켰다. 아주 어린 시절 카야가 기억을 하지 못하던 때에도 카야 아빠가 카야를 폭행하는 장면을 보고 달려들었다가 맞았다. 조디 오빠가 떠난 뒤에도 카야를 지켜줬다. 처음 보트를 몰고 나가 길을 잃은 카야에게 길을 안내해 준것도 테이트였고, 글을 알려준 것도, 시를 알려준 것도, 생물학 책을 가져다 준것도 테이트였다. 그렇게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그런 테이트도 카야에게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카야를 떠난 것.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카야를 설득할 자신이 없던 테이트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지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테이트가 떠나면서 카야는 더욱 더 고립되고,,,결과적으로 외로움에 체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 원죄가 테이트에게 있다. 하지만 20대 미래가 창창한,또 낚시를 하며 살아가는 아빠처럼 살 수 없다는 테이트 마음 역시 평범한 청년의 마음인걸...테이트는 카야를 떠난 그 순간을 몇 년 동안 후회하며 카야를 지켜만 본다. 그리고 결국 둘은 평생을 함께 하지만, 카야가 체이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카야가 죽은 뒤 확인한 테이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앙증맞다고 생각했을까. 카야 답다고 생각했을까. 어쨌든 카야를 계속 지켜준 테이트.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테이트 생각이 많이 난다. 늘 카야만 생각했던 테이트. 모든 가족이 카야를 떠났지만 테이트라는 존재가 있다는 게 그만큼의 보상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