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가부좌를 하고 있으면 하체가 결박당한 듯 상당한 압박감이 있으므로 오랜 시간 이 자세로 앉아있는 건 쉽지 않다. 나는 특히 발목이 과하게 늘어나는 느낌이 있었다. 통증 때문에 당장 다리를 풀어버리고 싶었지만, 깊은 호흡을 하며 근육 이완에 집중했다. 아픈 곳으로 숨을 불어넣어 주는 상상을 하며 오래 버틸 수 있었다.
한편, 파드마 아사나는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되므로 명상하기 딱 좋은 자세다. 자세가 교정되며 무릎과 발목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그렇게 가부좌를 유지한 채 선생님의 리드에 따라 파드마 변형자세들로 이어갔다. (대체 언제 푸나요..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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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세들 중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파드마 부장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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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리가 약해서 부장가아사나 자체가 힘든데, 파드마 자세로 부장가를 하기란 몇 배 더 어렵다. 팔에 힘쓰기보다는 치골로 바닥을 눌러야 하는데 양쪽 골반이 땅에 고르게 닿지 않아서 팔로 버티는 형상이 되었다. 어깨가 긴장됐고 후들후들 떨려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요가를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서로를 보게 된다. 모두의 외양이 다른 만큼 몸을 쓰는 방식 또한 상당히 다르다. 유연성과 근력이 유사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특정 자세가 잘 되는 반면 다른 누군가
에게는 그 자세가 너무 어렵다. 선생님은 그것 또한 까르마, 즉 업이라고 했다. 우리의 일상적 습관, 삶의 태도, 마음을 쓰는 방식 등이 까르마가 되는데 그것이 신체의 특정부위에 쌓이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요가 동작이 잘되고 안되고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내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라 하셨다.
동작의 완성은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저절로 찾아오는 것입니다. 오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요. 몸을 감각하며 그것을 통해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이 요가입니다.
내 골반과 허리에는 어떤 업이 쌓여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무의식 중에 다리를 꼬는 자세? 축 늘어져 있는 습관? 음.. 그냥 타고난 건가?
마지막 역행자세 단계에서는 머리서기 3분을 했다.
1분까지는 꼿꼿하다. 코어에 힘을 느끼며 발로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다. 2분부터는 조금씩 흔들린다. 잡생각을 하다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3분.. 3분이 왜 이렇게 길지.. 어깨가 아파온다.
3분을 알리는 알람소리와 함께 "천천히 내려오세요-"라는 선생님 말을 듣는다. 다리를 기역자로 접어서 느린 속도로 우아하게 내려와야 하지만 갑자기 복압이 풀려버리면서ㄱ다리가휙 떨어지고 말았다. 하아.. 마지막까지 집중하지 못했어. 최근에 복근운동을 소홀히 했나.. 내일부터 헬스장에 다시 가야겠어.. 따위의 생각이 스쳐갔다.
사바아사나 후 명상을 하며 조금 전 그 순간을 돌아봤다.
머리서기를 3분이나 버텼는데, 나는 왜 스스로를 전혀 칭찬해주지 않았나. 이룬 것을 기뻐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찾아내서 자신을 질책하는 것은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이 정도로 되겠어? 너 더 잘할 수 있잖아? 좀 더 노력하자' 30년 넘도록 성취지향주의자로 살아온 나. 그걸 조금 덜어내고 편안해지고 싶어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내 안에는 아직 그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나의 까르마, 이제는 이런 내 모습까지 조금 껴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