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요가원에서는54기 하타요가지도자 시험이 있었다.(요가지도자자격증은 민간자격증으로 협회에 따라 그 일정이 상이하다. 이곳의 지도자 과정은 매 기수별로 5개월 과정으로 운영된다.)나는 55기이지만 이분들과 함께 2달가량 수련을 했고 그분들의 마무리과정을 참관(?)하게 되었다.(내 시험은 9월이다!)
1시간의 필기시험(요가 철학, 이론) 이후 실기 시험인 '모의 수업'이 있었다. 선생님처럼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기본적인 동작들이었지만 끊임없이 말하고, 호흡을 유도하며, 숫자를 세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내가 매일 들어왔던 원장님의 수업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노련한 것이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내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긴장감이 느껴졌다. 저런 멘트가 자동으로 입에서 흘러나오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시험이란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다.누구도 나 대신 넘어줄 수 없는. 그 과정에는 나만 아는 노력이 가득하다.
십수 년 전 합격했던 교원 임용시험이 아득히 떠올랐다. 그때도 1교시 이론시험, 2교시 실기시험이었다. 실기때 면접관들 앞에서 모의 수업을 해야 했기에, 나는 매일밤 거실에부모님을 앉혀 놓고 연습했었다. 영어 전공이라 수업도 모두 영어로 해야 했다. 엄마 아빠는 딸의 수업을- 아마도 다 알아듣지 못했을 말을 - 경청하며 눈빛으로 응원을 보내줬었다. 시험 당일 아침, 극도로 긴장한 나는 청심환을 삼켰다. 낯선 면접관의 얼굴을 엄마 아빠라고 상상하자 마음이 놓였던 기억이 난다. 운 좋게도 그날 면접관중 한 분이 연신 미소를 띄고 나를 봐주셨다. 그분 덕분에 마음이 편해져서 준비해 온 걸 다 펼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시험 같은 건 더 이상치고싶지 않았는데, 나는 또 다른 시험을 앞두고 있다.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실기가 끝나고 발표시간이 이어졌다. 주제는 '향후 나의 인생계획'. 요가를 어떻게 삶에 적용시킬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려는 의도로 짐작되었다. 필기와 실기를 모두 끝낸 선배님들은 다소 편안해진 얼굴로 발표를 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요가 수련을 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동네 행정복지센터, 이마트,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 십 년쯤 후에는 요가원을 오픈하고 싶다, 발리에 가서 요가를 할 것이다, 남편에게 요가를 가르칠 것이다, 딸과 함께 요가를 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중 H선생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는 60대가 되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정리해서 바다가 보이는 2층 집을 사고 싶어요. 1층에서는 매일 요가를 할 거예요. 가족, 친구, 지인들 모두 제 도반일 거예요. 제가 배운 좋은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땐 제 딸이 성인이 되어있겠죠. 바다를 보며 요가하며, 그렇게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릴 것 같은 상상.
몹시도 평화로운 그 장면을 그려보다가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좋은 걸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 그 말에서 내가 지금 이걸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응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박수를 보내주었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일 목록 가운데 요가는 빠질 수 없다. 좋아하는 걸 하며 살 수 있는 행운과 축복이 나에게 한 발 더 가까이 왔다. 매일 요가하고 명상할 수 있는 나날이라니. 기분좋은 긴장과 설렘이 봄처럼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