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히 충격적이다. 장르를 규정하기도 어려운 이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의 세계관을 재배열시키기에 충분하다. 서두에 몇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한 어마어마한 찬사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 서점에 가서 우연히 펼쳐 읽다가 구입해 와서 쉴 틈 없이 6시간에 걸쳐 완독한 시점에 쓰는 기록이다.)
이야기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의 생애로 시작하여 그의 업적과 함께 전개된다. 절반 정도까지는. 그 이후는 반전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주는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인간의 행위와 능력들 - 긍정적 착각, 그릿(grit), 이름 붙이기(naming) - 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인류의 비극인 우생학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우리가 자동반사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들에 수많은 현상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혼돈 그 자체인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인간이 자의적으로 그려놓은 선들을 본다. 모든 대상을 순수한 호기심과 의심의 눈으로 검토한다면 기존에 그어진 그 선들을 걷어낼 수 있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우리가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잠재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무언가를 인정하는 것, 내가 움켜쥐고 있던 걸 놓아버린다는 건 때로 나를 부정하는 일인 것 같고, 내가 쌓아온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드는 것 같아서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진실들을 인정하고 마주할 필요가 있다는 말.
그것들을 놓아버려야 할 너무나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말.
이 메시지는 시공간을 오가는 숨 막히는 서사를 통해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듯 강렬하게 전달된다. 실로 오래간만에 독서를 통해 심장이 터질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