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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an 07. 2021

쉬어가요, 더 잘 살기 위해서.

6개월 간의 휴직을 시작하며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와 함께 저 또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감을 모아주며 ‘잘한다, 잘한다.’ 격려 아닌 격려를 해주시는 사무실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잠시 숨 쉴 시간을 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6개월의 휴직,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다시 생각해 보라며 만류하셨지만, 저는 그 길을 가기로 결정하고 지금 그 길 위에 막 서 있는 참입니다.


 첫 발령 후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쩐지 제게는 길을 잃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조금 짠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스스로 밥벌이를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떳떳한 ‘어른’이 되고 싶어 걷기 시작한 길이었는데 웬 걸요. 저는 진짜 ‘어른’이 아니라 어른인 척하는 ‘아이’이던 걸요. 어른의 가면이 두꺼워져 가는 동안,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제 안의 아이가 점점 숨이 막혀 힘없이 쓰러져 가는 걸 보면서 더는 이렇게 모른 척 이 길 위에 서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변명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말할지도 모를 선택을 한 건 그래서였습니다. ‘나도 휴직하고 싶다, 근데 난 엄마니까 참아야지.’ 하고 말씀하시던 선배의 말에 마음이 찔려 가면서도 제가 휴직이라는 쉽지 않은 길에 들어선 건, 이번이 어쩌면 정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나’라는 아이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을 적당히 타협하며, 어떤 짐을 잘 지고 걸어갈 것인지 확인해보고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래서 이 글 또한 쓰기로 마음을 먹었고, 앞으로도 매일 글을 쓰고자 합니다. 회사 안에서 숨이 막혀 죽어가던 스스로에게 겨우 쥐어준 이 소중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쓰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 이 휴식의 시간이 끝날 때쯤, 스스로가 미워지기보단 더 이해되는 제 자신을 만나고 싶기 때문에요.

 

 어쩌면 이런 다짐 또한 완벽주의인 저에게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주는 게 되진 않을까 싶은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요. 어떤 날은 넘어져 울고 어떤 날은 세상 다시없을 기쁨으로 충만한 제 자신을, 6개월 뒤의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보며 또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믿기에 앞으로 하루에 한 편씩,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부디 이 시간들이 제게는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띄어쓰기’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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