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이기는 바느질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를 읽고
# 오랜만에 바느질을 시작했다. 3년 전쯤 아는 언니를 통해 자수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다 만들지 못했던 미완의 작품(?) 천이 여전히 책꽂이 한편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선물로 드릴 작은 주머니를 만들던 중이었는데, 선생님이 꼭 계셔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꽃 모양 자수까지는 어떻게든 다 완성하고 이제 박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수업을 갑자기 끝내게 되었다.
‘박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금방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천과 실, 바늘을 곱게 넣어 바느질 통(?)을 덮은 지 벌써 3년.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었고, 게으른 나는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로 이제야 천을 손바느질로 박기 시작했다는 슬픈 얘기.
# 어젯밤 잠자리에서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한덕현, 한빛비즈, 2020)라는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휴직을 신청하고 일을 마무리하던 지난해 연말, 책 제목에 이끌리고 서평에 마음이 동해 미리 구입해 두었던 책이었다. 다양한 ‘불안’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도 문체가 딱딱하지 않아서 나처럼 책을 이제 막 좀 읽기 시작하는 ‘책린이’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니체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기초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훨씬 더 잘 읽히고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공감 가는 내용이 참 많았지만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것은 삶을 이끄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삶을 살아내는 방식 중 하나인 ‘보텀업(Bottom-up) 방식’에 대해 저자의 경험을 풀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데 스포츠 정신의학, 그리고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다. 바로 듣기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그는, 그래서 공부를 따라가기가 힘겨웠다고 하면서도 그런 고민과 불안이 쌓이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었다 한다. 그때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보였지만 어느 순간 그때까지 해온 것들이 모여 지금의 저자를 만들어 주었다는 내용이 그 뒤로 이어졌다.
# 바느질을 하는 동안, 책에서 소개한 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든 해 나가는’ ‘보텀업’ 방식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한 땀 한 땀 떠나가는 실의 모양이 올바른지, 잘 가고 있는 건지 바느질을 하는 동안에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런 시간들을 거쳐 어느 순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 처음부터 꽃 자수를 어디에 어떻게 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공을 들이는 ‘탑다운(Top-down)’ 형식의 생활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 자수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건 결국 부단한 바느질의 시간이 아닐까.
종종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올라오는 불안을 잘 다스리는 방법은 결국, 그럼에도 부단히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 그 끝에 어떤 작품이 완성될지는 모르지만 그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