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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an 31. 2021

저 바다에 쓴다

마음의 바다에 잠긴 1월의 마지막날

 목이 잠겨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마음이 잠겨서 글이 써지지 않는 날도 있나 보다. 마음의 바다에 좌절인지, 울분인지, 우울인지 모를 것들이 차올라서 내가 이미 잠겨 버린 날이.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마음도 차올랐다 기울기를 반복해 지금은 삭의 시기. ‘그래도 괜찮다.’는 말로 차올랐던 마음이 ‘그래도 결국 괜찮지 않다.’는 말로 기울어 지금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다면 나는 지금 어느 막을 지나고 있는 중일까. 1막은 이미 지나간 것만 같은데, 이대로 2막, 3막을 이어가도 괜찮은 건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갑작스레 무대에서 내려갈 용기도, 연극 도중에 연기를 되돌아볼 여유도 없는 초짜 배우가 여기 있다.


 직업을 가지게 되면,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하는 공무원이 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정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걸 연극이 시작된 뒤에야 깨달았다. 행복은 어느 자리에 서 있는지와 상관없는, 변화무쌍한 마음의 상태에 따른다는 걸. 그런데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이미 회사생활에 모두 갈아 넣어버렸다.


 우리의 삶은 어떤 단면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다 해서 행복해질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인 걸로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길은 자꾸만 갈래길을 만들어내고, 삶은 아직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나에게 그보다 더한 질문들을 던진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마음의 한편은 늘 같은 자리만 베여 또 피를 흘리고, 점점 나이가 핑계가 되어가는 날들 속 그 상처에서 심은 적 없는 불안과 허무함이 자라나서 자꾸만 혼자가 되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았던 희망이 빛을 잃고 어둠에 가려진 밤. 다시 해가 떠올라도 악몽 같은 하루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마음이 숨을 쉬지 못해 눈앞이 아득하다. 나는,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못하겠지. 그리고 그럼에도, 또 살아가야겠지. 슬펐던 어제와 고단한 오늘과 불안한 내일을 모두 그러안고, 그럼에도 또 살아가겠지.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내가 해야만 하는 일, 내 존재의 이유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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