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워 지키는 일이 버겁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설정하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계획과 실천들 또한 쉽지 않으니까. 그런 상황들이 계속되는 일상에 진절머리가 났다. 30대의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마음과 몸의 문제 또한 그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쉬기로 마음먹었고, 또다시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숨이 막혀와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그러나, 쉬기 위해 온 여행지에서마저 매일의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만 하는 나는, 이제야 인정한다. 나에게 인생은, 도장깨기와 같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다이어리에 적힌 할 일들에 체크를 해야만 뿌듯하고 마음이 편안한 스스로를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내가 싫었다. 그렇게밖에 못 사는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목표를 좋아하는 것치고는 하루살이처럼 매일, 혹은 눈 앞에 주어진 단기적 업무들만 죽어라 열심히 하는 내가 우스웠다.
그래서 여행도 스트레스 받아가며 목적지를 분주히 찾아다니는 내게,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편히 다니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런 얘기들이 일시적으로는 위로가 되었고 고마웠지만, 결국 나는 원래의 내 모습대로 돌아가 여행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마음 한 편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게, 나 자신에게 가장 후회가 적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렇게 사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여행하는 게 힘들어 여행 초반 징징거리던 내게 언니는 말했다. "힘들제? 그래, 모든 게 다 좋을 순 없지. 어딜 가는 것도 원래 마냥 좋을 수만은 없잖아. 가는 건 힘들어도 또 예쁜 거 보고 하는 건 좋고. 뭐든 좋은 점, 나쁜 점이 다 있는 거니까."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후련해졌다. 기쁘고 행복하려고 온 여행이니 사서 고생해도 마냥 좋기만 해야 한다는 내 무의식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알았다.
기쁘고 행복하려고 온 여행이지만, 내가 좋아서 열심히 목적지들을 찾아다니는 거지만, 그럼에도 좋지 않은 날도 있고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도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일 뿐 내 잘못도 아니고, 그런 순간들을 피해야만 좋은 여행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쉽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 찾아간 목적지가 그 고생스러움에 비례해 더 감동을 줄 수 있으며, 그런 내 몸과 마음의 고단함 또한 이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저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여행 방법을 찾고, 그 방법대로 여행을 하고, 그래도 가끔은 그 틀에서 벗어나 되는 대로 걸어보기도 하면서 내 여행의 방식을 조금씩 찾고 늘려 가면 될 뿐.
여행자에게는, 행복하고 기쁠 권리만큼이나 이 여정을 힘들어하고 고단해할 권리도 있다.
그걸 인정하고 길을 나설 때, 더 깊이 성장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