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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May 10. 2021

욕심은 무겁다.

캐리어보다 더 무거워진 마음이 토해내는 눈물

 비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한다. 늘 생각만 한다. 그래서 여전히 내 마음도, 몸도, 환경도 차고 넘치는 것투성이다. 더 이상 살이 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먹고픈 욕심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았고, 더 이상 무언가를 마음에 담아두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은 늘 번뇌와 그로 인한 감정들로 만원 버스 같았다. 집이 좁아 무언가를 더 들이는 게 사치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이제껏 기념품을 전리품처럼 사들이는 관광 전쟁의 승리자 같아 왔다.


 오늘은 그런 나 스스로에게 진 날. 마음도, 몸도, 캐리어 속 환경도, 더는 아무것도 채울 수 없을 만큼 이미 가득차 있는데, 어디 한 군데라도 더 다녀오려고 내 몸을 혹사시키려다 실패해서 마음도 무너져 내리고, 그 아쉬움을 기념품으로 가득 채우려다 그런 스스로를 보고 진절머리가 나서 주저앉아 버렸다.


 '정말이지 지랄도 풍년이다.' 혼자 생각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혼자 숙소에서 한참을 울고 맛난 거 뭐라도 사 와서 입에 넣어주고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내일 당장 짐을 다 챙겨 버스를 환승한 뒤에 1시간 반이 넘게 시간이 걸리는 다른 숙소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데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손과 가방에 기념품과 간식거리를 잔뜩 들고 넣고 25분 만에 탄 숙소행 버스 속에서 생각했다. 내가 이래서,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이 욕심 때문에 병이 났구나. 이때껏 욕심을 버릴 줄도 모르고, 그 욕심을 품은 스스로를 적당히 선택과 포기하도록 다독일 줄도 몰라서, 마음이 그렇게 진절머리가 났구나. 이미 많은 것을 손에 쥐고도 만족할 줄 몰라서, 더 나은 내가 되어야만 할 것 같아서, 숨이 막혀 일상에서 도망치듯 여행을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이러고 있는 자신이 측은해졌다.




 그래, 욕심은 무겁다. 내 존재를 깔아뭉개다 못해 삶의 다른 모든 것을 짓이길 만큼 무겁다. 그러니 그 욕심과 함께 꺼져버리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제 좀, 가벼워져야겠다. 모두 다 해냈다는 굉장한 성취감 대신에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다는 만족감을, 아무것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완벽주의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선택하고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타협주의를.


 지금도 이미, 충분하고 충만한 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그대에게 오늘 하루 필요한 건 따뜻한 햇살과 적당히 시원한 바람뿐이라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내일 또, 울고 싶어 넘어질 참이면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대의 하루는 지금도 충분히 반짝이고 있다고. 그저 감사히 비워내괜찮은 게 이 여행의 순간순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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